나의 정신과 진료 및 심리상담 일대기
가까운 친구와 가족에게도 드러낸 적 없지만, 나는 약 5년 전의 트라우마로 인해 크고 작은 정신적 문제와 함께하고 있다. 우울도 있고 불안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받은 바로는 그렇다. 그 전후에 어떤 문제가 왔다가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나의 우울과 불안은 짝을 지어 다니는 탓에, 우울하면 불안해지고 불안하면 우울해진다. 그중 나는 불안에 취약한데, 정신과에 처음 방문한 당시 나는 우울의 정도는 낮음에서 중간이지만 불안의 정도는 중간에서 높음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3년 전인 2021년에 처음으로 정신과에 방문해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나는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정신과에 방문해서 치료를 시작한 즉시 증상이 호전되지는 않았다.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변덕스러운 외부 요인이 내 불안증에 불을 붙였고, 결국 약물치료 시작 4개월 만에 나는 조금 더 효과가 좋다는 약을 처방받게 되었다. 그렇게 1년 후 단약했고,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세상의 괴롭힘 탓에 분명 어떠한 정신증이 오고 갔지만 그때마다 병원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다양한 노력을 했다. 큰 소용이 없는 것들도 있었지만 분명한 효과를 본 것들도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의 고독과 불안정을 직면할 수 있게 된 지금,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 불안장애 극복기를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나는 바쁜 하루 일과를 소화하는 중에도 짬을 내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그렇게 겪은 일에 대한 많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 기록하기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우울증과 불안증에 대해서는 쓰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우울과 불안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리는지는 손 아프게 타이핑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부 생략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과정에 대해 다루고 싶다.
정신과 방문 계기와 첫 진단, 약물 치료와 상담, 교내 심리상담센터와 사설 심리상담센터, 심리상담 어플인 트로스트 이용기까지 내겐 정신 건강하게 살아보고자 시도해 온 긴 노력의 흔적들이 있다. 이것들의 실효성이 매우 뛰어났더라면 나는 행복한 생각에 취해서 지금 이런 글을 쓸 생각도 안 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내가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한 과정은 진실이니 하나하나 기록하려고 한다.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고, 사실 누구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나를 위한 글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