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다시 하며 한 생각(2)
심리상담을 받다 보면 보기 싫은 내 단점을 자꾸만 직면해야 한다. 내가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 뒤틀리기 시작했는지 내 입으로 실토해야 하는 경험이란 흥미로우면서도 끔찍하다. 그러나 상담으로 알게 되는 나의 장점도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중에 상담사에게 들은 나의 장점들이다.
1) 나는 외향적이고 싹싹하다.
작년부터 MBTI 검사를 하면 결과로 내향적 유형이 뜨는 바람에 그 결괏값에 매여있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지도,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 고통스럽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회적 민감도가 아주 높아 사람을 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피로도가 쌓일 뿐, 사람에게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 것 또한 사실이다.
2) 나는 회복탄력성이 좋다.
기분의 변화가 빠른 것은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단상으로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자극에도 다시 나아진다. 나의 상담사는 이것에 대해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이고, 이것은 당신의 분명한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3) 나는 솔직하고, 타인의 말을 말 그대로 듣는다.
상담으로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울림이 있는 것이었다. 나는 진심인 말만 하고, 타인의 말도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꼬아 듣지 않는다는 것이 모두의 기본값이 아니라는 점에는 놀랐으나, 때로는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내 성향을 상담사가 장점으로 짚어주니 마음이 든든하고 또 자랑스러웠다.
나라는 사람은 드러나는 허울만 겨우 다지며 살뿐, 속은 복구할 수 없이 망가져버렸다는 생각에 잠식되어 있는 중에도 나의 장점을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위에 기술한 대로 나는 날뛰는 감정을 운동과 명상과 글쓰기 등으로 평생 가라앉히며 살아야 하는 신세다. 이런 성향일수록 스스로를 막막함의 늪에서 건져내는 능력은 중요하다. 근력운동을 하듯이 스스로의 밝은 면도 습관적으로 인지시켜줘야 한다. 아주 피곤하고 처절하며 서러운 과정일지라도 그것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