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만났던 모든 것과 이별하는 과정이다. 사랑했던 것이나 증오했던 것 모두 반드시 나를 떠나간다. 슬프지만 그 이별의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과는 우연히 만나지만, 웃음도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짧은 사이 이별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식이다.
그러므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런 무작위적 비극은 우리를 뺑소니처럼 치고 지나간다. 그와 동시에 모든 계획과 미래와 약속은 없었던 듯 사라진다.
함께 꾸린 삶의 터전을 파도가 쓸어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남은 이들에게 애도의 시간이 별도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 또한 아침이면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억지로 밥을 욱여넣어야 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여지없이 파도의 잔해를 수습해야 한다. 물에 젖은 책을 말리고 찢어진 페이지를 보고 조금 울다가 다시 쓰러진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 함께 만든 도자기의 깨진 조각 따위를 바쁘게 주워 모아야 한다. 그래서 아픔의 윤곽 정도나마 잊게 되었을 때 작은 조각을 밟아 고통에 놀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애도란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않는 버거운 일이다. 게다가 적정한 시기를 놓쳐서는 정말이지 곤란하다.
삶은 내가 만난 모든 것과 순차적으로 이별하는 과정이다. 어떤 이별은 후련하지만 어떤 버려짐은 수용하는 데 몇 년이나 걸린다. 그리고 어떤 상실은 도저히 낫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잊을만하면 내게 상처를 입히는 도자기 조각 같은 기억이 무작위로 찾아들면, 그렇게 울다 잠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해가 뜬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