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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현 Jun 25. 2023

(책리뷰) 스즈메의 문단속 / 신카이 마코토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고 책을 먼저 읽었다. 이러한 장르의 책을 읽을 때면 영화를 통해서 먼저 접하지 않을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을 읽으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먼저 보았다면, 머릿속으로 처음부터 더 선명하게  그리며 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선택하자면, 나는 그림이 선명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한계 없이 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쪽을 택한다.


  이것이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고, 그 중에서도 소설을 특히나 더 좋아하는 이유다. 특히나 이 책은 소설의 배경뿐 아니라, 등장하는 동물, 사물, 인물들을 상상하면서 읽는 데에도 아주 흥미롭다. 그만큼 문장들이 잘 표현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더 자유롭게 그릴 수 있도록.


 실제 세상에 재난을 막기 위해 문을 닫던 남자는 스즈메에게 이런 느낌의 말을한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남들 모르게 해야 하는 거야'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억에 남는다. 책을 덮을 때까지도 이 말이 내 머릿속에 계속 있었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게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을지라도 스스로의 신념으로 아무도 모르게 해나아간다는 것. 아주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 남들이 모르게, 심지어는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자신은 힘이 들 때가 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오는 행복감은 자신만이 알것이다. 오히려 밖으로 알려지기보다 혼자만 알고 있는 그런 비밀은 나를 더 사랑스러운 존재로, 뿌듯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물론 지극히 내 경험이다. 나는 정말 친한 친구 몇몇에게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말한 적이 있다. 처음엔 혼자서 조용히 했지만, 그 기쁨을 혼자만 느끼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친구들도 그 기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이 생겼을 때, 내가 느끼는 기쁨이 궁금하다면 꼭 떠올려주길 바란다.


 어릴 적 고아가 된 스즈메는 이모의 손에 자랐다. 마지막 쯤에 스즈메가 어릴 때에 스즈메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나도 비슷한 상황이니 생각해 봤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자라온 내가 어머니를 보냈던 그 시절에 나를 만났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줄까.


 걱정하지 말라고. 잘 클꺼라고. 좋은 사람들과 행복할 거라고. 마음은 항상 어머니와 함께 할 거라고.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막상 무슨 말을 해줄지 모르겠다. 예전에 시로도 표현했었지만,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라는 말은 꼭 해줄 것 같다.


 이 장면이 지금을 기준으로 나의 과거에게 무슨 말을 해줄지 생각해볼 시간도 주지만, 결국 지금의 나도 과거가 된다. 그래서 '미래에 내가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해 준다. '~는 하지 마.' 라며 내가 걸어왔던 길을 또 걷지 말라고 하는 말은 줄이고 싶다. '~ 해.' 라며 내가 걸어온 길이 괜찮으니 그렇게 하면 된다는 말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판타지 소설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스즈메와 함께하는 며칠 동안의 사건에서 재미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다. 시간을 내어서 영화를 볼 것인데, 내 상상처럼 멋진 세계가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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