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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현 Aug 22. 2023

알렉스와 함께 한 시간 (1)

 대략 한 달 전쯤으로 기억한다. 우리 매장에 한 외국인이 들어왔다. 키가 195cm 정도는 되고, 금발에 가까운 긴 머리에 머리띠로 올백을 하고, 그의 턱을 감싼 수염이 그의 스타일을 한 층 더 멋지게 해주고 있었다. 우리 매장은 일을 하기 위해 외국에서 한국으로 잠시 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가 이곳에 잠시 일을 하러 온 친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그는 문을 열면서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아뇽 하세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매장에는 지역의 특성상 외국인들이 많은 편이다. 나와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할 때 먼저 한국말을 사용해 주면 나도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있는 그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이라도 우리나라를 그리고 한국인인 나를 존중해 주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은 작은 일 아니라 아주 큰 일이다. 그 한마디를 위해서 얼마나 연습을 했겠는가. 직접 찾아보고 따라 해봤을 테니 말이다. 그 마음 자체가 아주 귀한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나도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그는 매장을 둘러보며 밀키스 1.5L짜리와 초콜릿을 골라서 계산대로 왔다. 정말 그의 눈을 바라보는데 목에 무리고 오는 것 같았다. 정말 수백년을 한 자리에서 자라온 나무처럼 그는 컸다. 그리고는 담배를 하나 고르는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this one"

 이라고 했다. 그리고 담배를 포함해서 그가 고른 물건들을 계산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가 뭔가를 망설이는 것 같아서 먼저 말을 걸었다.

 "do you have something to ask me?"

 문법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영어 공부를 혼자서 몇 개월 간 해오고는 있지만, 문법 공부는 따로 안 한다. 영화나 드라마, 예능쇼, 팝송을 통해서 따라 하고 듣고 하면서 공부를 한다. 문법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 흥미를 잃어서 그나마 하던 것도 안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문법은 틀려도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있어서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한국어의 문법이 틀려도 듣는 우리가 어느 정도 다 알아듣고 대답을 해주는 것처럼, 그들도 영어가 부족한 나에게 그런 따뜻한 배려를 나눠준다. 적어도 내가 여러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이나 창피함만 떨쳐내면 대화는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해주려 한다. 그리고 모국어가 아닌 것을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나처럼 영어를 못해도 겁도 없이 영어로 하는 대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모르면 다시 말해달라고, 더 쉽게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흔쾌히 그렇게 해준다. 그렇게해도 대화가 막히는 순간들이 있어도 좋다. 우리에겐 번역기가 있지 않은가.!


 나의 질문을 듣고 그는 내게 물었다.

 " what is 'you' in korean?"

 이 문장이 맞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you'가 한국어로 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나라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you'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옆에서 계산을 기다리던 손님들을 의식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 빨리 가봐야 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맙다고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See you again'이라고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다른 손님들의 계산을 끝내고 그가 생각났다. 아니 그때에 내가 생각났다. 그에게 '너'의 설명을 부족하게 해 준 것에 대해서 설마 그가 어디서 실수를 할까 봐 걱정이 됐다. 물론 다들 이해를 해주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시 보자고 했으니 앞으로 이곳에 다시 올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때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하며 그가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다시 만나기를 기대했다.

 그때는 몰랐다. 단지 손님과 주인의 관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을 받기는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서로를 웃음으로 맞이하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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