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신의 장난이지.
룸메이트: “그 친구 어제 미국을 떠났어.”
나: “그럼 중국으로 돌아간 거야?”
룸메이트: “한국으로 갔는데”
나: ”한국? “
그 친구가 왜 우리나라를 갔을까? 여행인가?
룸메이트: “ 응 한국, 그런데 너희 나라 말고.”
나: “응?”
룸메이트:
N
O
R
T
H
K
O
R
E
A
상상도 못 한 대답이었어.
다른 곳도 아니고 북한을 갔다고? 왜 갔냐고 물었더니 가족들이 함께 갈 일이 있어서 갔대. 오래 있냐고 물으니 4-5개월 정도 있을 거라고 했대. 내가 살다 살다 뭔가 안되려면 이렇게 안 되는 경우도 있구나 싶었어. 이건 마치 신의 장난 아니야?
하.. 북한.. 이건 답이 없었어.
룸메이트는 어제 미국을 떠난 그 친구의 미국 연락처는 이제 없어졌다고 한 거고, 중국으로 돌아갔으면 도착하는 대로 연락이라도 가능할 텐데, 미지의 세계, 북한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몇 달 동안 연락이 불가능하게 되었어
당시에 내 룸메이트는 학교 졸업을 한 학기 남긴 상황이었어. 졸업 후에는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어. 룸메이트가 그 친구랑 연락되는 게 나에게 마지막 희망인데 돌아가기 전까지 연락을 못하면 포기해야 할 듯싶었어.
일단 아파트 오피스에는 이전 tenanat는 당장 찾기 힘들 것 같다고 얘기해 주고, 이후 며칠 동안은 방 안에서만 처박혀 지냈어.
나의 유학생활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가겠소
나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기 시작했어. 한국으로 돌아갈 티켓을 알아봐야 하려나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고민하던 중이었어.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침에 우리 집으로 비데를 설치해 준 사람 중에 한 명이 전화를 했어. 나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어. 마트에서 뭔가 마음을 바꿨나 싶어서 그런가 했더니 그런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대.
오후에 내가 마트 근처로 간다고 했어. 금요일은 교회 청년부 모임이 있는 날이었어. 교회가 마트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주차장에 차를 놓고 당시 친해던 동생 한 명이랑 교회 모임에서 함께 먹을 음식도 살 겸 같이 갔지. 그때는 그 마트가 진짜 보기도 싫었는데, 같이 간 동생은 나의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이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 빨리 음식 구입하고, 그 마트 직원만 만나고 사라지고 싶었어. 장을 보고 계산을 끝내고 그 마트 직원한테 전화를 했어.
"선생님, 제가 곧 계신 곳으로 가겠습니다."
내가 있는 곳으로 금방 오신다고 해서 계산을 끝내고 계산대를 지나서 통로 한쪽에 서서 기다렸어.
서 있던 곳에서 비데 팔던 공간을 보니(마트 안에서 문으로 분리된 공간) 그 공간은 아예 불도 꺼지고 문을 닫아버렸더라고.
몇 분이 안 돼서, 저 끝에서 그 마트 직원분이 뛰어와. 주말이라 마트에 사람들이 가득 찰 정도로 많았는데 사람들을 헤쳐가며 뛰어오더라고.
'천천히 오셔도 될 텐데..'
걱정하던 내 마음과 다르게, 이 사람은 안 만났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훅 올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