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위기(13)

미국에서 조심해야 할 사람은 한국 사람. 그리고 9개월

by Moses Sung

“형, 아까 그 무릎 꿇고 빌던 아저씨가 내가 형이랑 있었던 걸 못 보고 밖에서 다른 사람이랑 내 옆에서 얘기해서 들었는데 이렇게 얘기하더라.

'아놔 나이 먹어서 이런 짓도 해야 하고, 강아지 베이비 하나 때문에 (나를 지칭한 거임) 나이 먹어서 이게 뭔 짓이냐. 지점장님이 시켜서 안 할 수도 없고.' "


알고 보니 전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어. 나중에 그 마트에서 일하는 지인한테 들은 얘기인데 비데를 같이 설치했던 다른 한 명은 지점장이 똑같이 시켰는데 본인 양심에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고 마트일을 그만뒀대.


'내가 순진했구나'


방금까지 그 사람을 걱정했던 내가 참 바보 같고 사람을 좋게 바라보려고 했던 내 마음이 어리석다고 느꼈어. 옆에 있던 동생이 (교회에서 알게 된 지 2달도 안된 동생)이 충격 먹은 나에게 기분 풀라며 예배 후에 많은 얘기를 나누며 위로해주지 않았으면, 난 그 사건 이후로 사람에 대한 신뢰를 못 가졌을 것 같아.


그렇게 9개월이 지났어. 9개월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아래에 써줄게.


1. 사건에 집중해서 글을 쓰느라 다른 세세한 이야기를 안 넣었는데, 사건이 일어난 후, 월요일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랑 몇 몇 학생들이 내 사건을 알고 있었어. 알고 봤더니 그 사건을 지역 모닝 뉴스에서 봤대. 기사가 나갔으면 나도 인터뷰를 할 줄 알았는데 ^^ 선생님한테 들어보니 왜 사고가 났나에 대해서는(비데 관련)안 나오고 아파트의 오래된 파이프 얘기가 중점적으로 나갔다고 했어.


2. 일주일정도 후에 뉴스에 기사로 나와서 그런지 빌리지 동네에 있는 모든 아파트에 배관검사를 실시했어(새로 지은 아파트 제외하고). 그리고 오래된 곳은 모두 교체가 되었대. 실제로 지인 아파트 배관도 교체되었다고 얘기해 주더라고.


3. 일주일에 최소 2-3번씩은 피해자들한테 연락을 했어. 미안해서 하기도 했지만,


'나, 어디 안 도망가고 있어'


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였어.


4. 아파트는 피해자들에게 몇 달 동안 무료로 거처를 주기로 했어. 이건 아파트 디렉터가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피해자랑 나를 위해 지원해 준 거였어.

피해자들은 월세 안 들어가는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먼저 구입했어. 난 아파트 디렉터랑 합의를 했는데, 보험회사랑 그 마트랑 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계속 연락하기로 했어. 다행히 피해자들은 나에게 따로 sue를 (소송) 하지 않겠다고 얘기해 줬어. 정말 마트 빌런들한테 인간의 밑바닥을 보고 이 피해자들을 통해서 미국 이웃의 정을 느꼈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어.


5. 내 룸메이트는 결국 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돌아갔어 ㅠㅠ 아파트를 떠나면서 다른 중국 친구를 서브리스로 소개해주고 갔는데, 혹시라도 다른 업데이트가 있으면 그 새로운 룸메이트 친구를 통해서 연락을 주기로 했어. 난 사실상 포기였던 게, 9개월이 지났는데 아무 연락을 못 받았거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어. 그래도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 상황에서도 영어 공부도 하고 열심히 지냈어. 그리고 10개월이 될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