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위기(15) - 마지막 이야기

인과응보. 유학생은 살아남다.

by Moses Sung

보험회사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들려달라고 했어. 처음에 얘기해 주니까 날짜가 오래 지났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냐고 물어보더라고.


9개월 동안 꾹 눌러 담았던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냈어. 내가 사진도 찍어서 가지고 있고, 그때 있었던 일을 잘 기록해 놓았다고 했어. 보험회사 에이전트는 이메일로 모든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어. 한 가지 덧붙였던 말은 일단 내부적으로 얘기해 보고 다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겠대.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영수증이 본인들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어. 필요하다면 백 번이라도 보내주겠다고 했지.


그 통화가 끝난 후 일주일 후 다시 연락이 왔어. 일단은 피해자 모두에게 그들이 청구했던 모든 가구, 전자제품, 침구류, 책 등등의 피해 금액을 check(수표)로 보냈다고 했어. 나도 청구했던 것들이 있어서 내 케이스를 확인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상황도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의외로 알려줬어. 피해 보상은 되었지만, 난 그래도 피해자들에게 미안했어. 보통 피해 금액 산정 할 때 한 번이라도 썼으면 중고가격으로 금액을 정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나로 벌어진 사건이 없었다면 새로 사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어쨌든 그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서 시간과 금전적 손해를 본 거야. 9개월 동안 이사 간 피해자들은 전화를 해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고, 여전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만나서 나의 마음을 전했어. 몇몇 피해자들은 나에게 참 수고했다며, 나의 책임지려는 모습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며 날 꼭 안아줬어. 아 진짜 안아줄 때는 눈물이 좀 날 뻔했지만 나 그렇게 쉽게 눈물 흘리는 남자가 아니거든.


아마 이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려나? 특히 그 빌런들의 마지막이 궁금할 거야. 내가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미국 이민 사회 정말 좁다..


먼저 보험회사에서 들은 건 그 마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진행할 거라고 들었어. 그런데 그 이후는 나에게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대. 이후로는 본인들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거라 내가 전달해 준 자료와 증거는 고맙지만 업데이트는 안 해줄 거라고 했어. 혹시나 진행 중에 내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나는 당연히 도와준다고 했지. 하지만 그 이후에 나에게 연락온 건 없었어.


첫 번째 빌런, 지점장은 내가 보험회사로부터 그렇게 내용을 전달받은 뒤, 마트에서 사라졌어. 나도 영향을 받은 건가 싶어서 지인들 통해서 알아봤었는데 그만뒀다고만 들었어. 그런데 타이밍이 보험회사가 소송 진행 중이라고 할 때라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

그리고 그 지점장은 달라스에서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


두 번째 빌런, 변호사는 사무실을 문 닫았어. 역시 자세한 이유는 몰라. 그런데 건너 건너 듣기로 건강상의 문제로 더 이상 변호사일을 할 수 없다고 들었어.


세 번째 빌런, 짜고 쳤던 마트 직원. 이 직원의 소식이 가장 충격이었어. 그 일 이후에 이 사람도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그만뒀는데, 병으로 인해 세상과 작별했다고 들었어. 그들의 소식은 건너 건너 들은 거라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 셋 다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어.


특별히 마지막 사람의 소식은 이 세상에서 살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줬어. 생각했던 것만큼 속 시원한 사이다 결말은 아니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타국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얘기해주고 싶어.

타국 땅에서 사는 거 쉽지 않지? 아마 저마다의 힘듦이 있을 거야. 그래도 잘 이겨내길 바래. 내가 경험한 이 고난의 10개월은 내 17년의 이민 생활의 첫 밑거름이 됐어.


지금 당신이 겪는 힘듦을 하루하루 잘 버텨낸다면, 그 경험이 결국 당신을 더 강하고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