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위기(14)

그날은 무지개가 뜬 날

by Moses Sung

그날도 피해자 중 한 명이랑 통화를 하면서, 학교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어느 한 이메일에서 시선이 멈췄어.


"헉! 아아아아악! “


처음에 숨이 탁 막히고, 다음엔 분출하듯이 소리를 질렀어. 너무 놀라서 귀랑 어깨 사이에 끼고 있었던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어. 중국으로 돌아갔던 전 룸메이트로부터 온 이메일이었어. 이때 통화하던 피해자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줄 알고, 우리 집으로 오려고 했대. 난 피해자한테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다시 전화 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바로 이메일을 확인했어.


이메일을 보고 진짜 눈물 날 것 같았어. (9개월이 지나서 좀 무뎌져서 그런가 눈물은 안나더라고)


그 이름 모르던, 북한으로 갔던, 내 전 룸메이트의 전 룸메이트 친구가 어제 보험 회사로 클레임을 걸었다는 거야. 그리고 클레임 넘버를 이메일에 적어줬어. 전 룸메이트가 이메일을 통해서 전해준 내용으로는 중국에서 드디어 서로 연락이 되었대. 그 친구가 북한에서 4개월 정도 있다가 다시 유럽으로 가서 반년 정도 지냈다는 거야. 그래서 연락이 늦어졌다고 했어.


난 손가락이 안보일정도로 휴대폰에 저장된 피해자 이름들을 누르며, 모든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업데이트를 해줬어. 그리고 이메일로 받은 클레임 넘버를 공유해 줬어. 피해자들은 그 클레임 넘버를 가지고 보험회사로 전화를 해서 본인이 피해받았던 리스트를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었어.


그리고 회사의 실수가 있긴 했지만, 9개월 동안 피해자들과 나의 편의를 봐줬던, 참 고마웠던 아파트 오피스 디렉터에게도 업데이트를 해줬어.


내 전 룸메이트는 그 보험회사로 클레임 건 친구에게 내가 마트랑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얘기해 준 거야. 내 전 룸메이트도 그 마트 사람들 괘씸해했거든. (그들이 코리안이라는 게 진짜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험회사에 클레임 한 친구는 보험회사에 그 얘기를 했고, 보험회사는 그 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증인이 있냐고 물어봤나 봐. 그리고 그 목격자가 자기 친구라고 (나를 지칭) 얘기했고, 내 전 룸메이트한테 내 번호를 받아서 보험회사로 건네준 거야. 한 번도 만나지도 얘기하지도 못한 친구였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어. 아마 보험회사에서 조만간 나에게 연락을 할 거라고 알려줬어.


마음이 너무 벅차서 뭔가라도 하면서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어. 옷을 대충 걸치고 아파트를 나왔어. 아침에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내가 나오니까 비가 멈추고 하늘에서 따뜻한 햇살과 무지개가 보였어.


학교 근처에 있는 자주 가던 스타벅스를 갔어. 난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한잔 시키고 내 뒤에 줄 서 있었던 3팀 모두를 기쁜 마음으로 내가 결제해 줬어.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묻길래 미친놈처럼,


"오늘이 너무 아름다워서요"


라고 대답했지. (어떻게 그 사건과 내가 느끼던 그 마음을 다 설명해 ^^)

너무 행복한 마음에 스타벅스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서 그 기분을 즐겼어.


한참이 지난 후, 보험회사에서 필요할 만한 것들을 생각했어. 가장 중요한 구매 영수증, 그리고 구매해 놓고 10개월 동안 박스에서 오픈도 못했던 비데(증거자료로 쓰려고), 사건이 일어난 날 사진으로 찍어놨던 설치한 사람(그 마트와 짜고 치던)의 Driver License, 사건 당시 찍어놓은 피해 입은 물건들의 사진들..


최소한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어떤 타격이라도 주길 빌었어. 일주일 후 드디어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