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깊은 신념을 끌어안고 살면 맨 처음의 씨앗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망각하게 된다.
오로라, 오로라 바다. 깊은 연못과 골짜기 사이에서 흐른 물이 사슴의 눈망울로 흘러들다 우회하는 사건들. 몽타주에 그려진 범인은 엊그제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던 피해자의 오빠. 그 애의 아버지 또한 전과범이었고. 모래사장을 걷고 또 걷다가 큐빅이 여러 개 빠진 목걸이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스토리. 최초 신고자는 옆 마을의 독수리.
아무리 어려워도 숨은 쉬고 살아야지.
아저씨, 아저씨는 저한테 이딴 남루한 삶을 왜 알려주셨나요. 나는 주목받고 싶어요.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는 순간에도 목젖에 갖다 댄 눈썹칼이 너무 건재해서. 그냥 다 밀어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어제는 내가 너무 어려서 말실수를 해 버린 거야.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에게 그럼 당신은 팔이 하나 더 있느냐고 물었어. 내 다리도 잘릴 뻔했지. 그런데 그는 나를 용서했어.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이유랄 것도 없다. 시시하다며 하루 이틀 머물다 침을 퉤 뱉고, 구겨진 인상을 외투처럼 걸쳐 입은 채 떠나는 사람들. 그들은 밀항을 선택할까?
그깟 일회용품 같은 사랑 저도 됐습니다.
오로라, 바다 오로라. 방향을 압니까. 동서남해로 나뉘지 않는 그곳에 나는 갔지. 어쩌다 먼 발자국을 따라 당도한 곳. 해녀도 투박한 돌도 불어 터진 짜장면도 없었지. 나한텐 그게 살아도 된다는 말 같았지. 빛깔은 선명해. 잿빛 오렌지를 띄워서 쪽지 대신 흘려보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끓기 직전의 온도에서도 화상을 입지 않을 수 있대.
그러니까 그건, 하얗게 피어난 너의 보조개가 우리의 정착지라는 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