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안 된다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힘든 애들은 종종 옆 사람의 팔을 깨물어 표식을 남겼어.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쉬는 시간에 다른 세계에 잠시 다녀오는 것도. 벌점을 유발하는 사유라는데 어째서 어겼는지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게 고작 화장실 청소 정도는 가뿐히 넘길 수 있다는 값싼 청춘 때문이었다는 거야.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해. 명령 같아도 우린 하나의 선 위에 서 있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게 그 이유야.
물음표와 느낌표 괄호표 대각선표.
왜 어떤 것들은 감정이 될 수 없는 거지?
같은 종족에게는 계급이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계급은 총 여섯 단계로 나뉘어 있어.
화를 낼 수 있는 표식.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표식. 속으로만 내내 삭혀야 하는 표식. 떼쓰는 게 다인 줄 아는 표식. 그래서 그게 왜? 라고 물을 수 있는 표식. 마지막 하나는,
무엇이든 끝낼 수 있는 마침표.
동전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어요. 우리 제법 행복하지 않았어? 착각이었다면... 화를 내지 않고 머쓱해하지도 않는 표식 같은 걸 만들고 싶었어.
그만 끌려 다니고 싶다. 목줄에 매인 것도 아닌데 내 몸 내가 통제 못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지, 그러면서도 밀어내지 못한다는 게 주변에서 바라본 우리는 얼마나 한심하겠어?
아주 오랜 날이 다시 찾아온다면 단호한 어투로 이렇게 말하겠지.
왜, 왜 이제 왔냐고.
곧 있으면, 종이 울릴 시간이야.
잡고 있는 옆 사람의 팔에 붉은색 연고를 발라주도록 하자.
새살이 돋아날 때쯤 목화솜처럼 웃으며 하교하는 꿈을 꿔.
종이 울리며 끝난 것들은 종이 울리며 시작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