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흰 종이 위에 놓인 비어있는 손
울고 있는 전봇대
몇 갈래로 갈라진 손가락이 참 얇군요
이상한 사람 아니고요 가볍게 연락드린 거 절대 아닙니다
무거운 연락도 있나요 억지로 웃어드린 건데
오해하셨나요
정작 아무도 나한테 관심 없어
나는 씹다가 만 껌처럼 흐물거리고
태양이 녹으면 여름이 된대
무엇을 원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흰 종이 위에 놓인 비어있는 손
비스듬히 누운 전봇대
많이 아픈 걸 조금 아프게 만들 치료법, 허공을 떠도는 미지수처럼
그렇다고 잊을 수도 없다고 하죠
앞사람 어깨를 붙잡고 눈을 감아보세요
의지나 기대 같은 건 버려두고 행위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더 무서워질 거예요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
이름이었을 거예요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가볍고 스스럼없는
지금쯤이면
덜 울게 됐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