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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by 유동용

아틀라스 산맥

해발 4000m 고지 사막과 설산이 공존하는 아틀라스산맥 기슭엔 작은 마을이 형성되 염소들이 풀을 뜯는 풍경이 목가적이다.


자동차가 설 때마다 현지 상인들은 직접 만든 목걸이와 양탄자, 스카프등을 보여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최고라는 시늉을 한다.


호기심이 발동돼 이것저것 흥정하다 내일 사막에서 써야 할 스카프를 7유로에 사고 말았다.

지난달 캄보디아에서 실크 스카프를 3달러에 주고 샀는데 아무래도 종일 금식하는 상인들의 눈빛에 먹잇감으로 말린 느낌이 들었다.

낮에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운전하는 기사님의 컨디션을 위해 아틀라스산맥을 넘을 땐 간간이 휴게소를 들렸다.


우린 착즙 된 오렌지 주스나, 커피 혹은 아이스크림으로 주전부리를 하는데 그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본능을 억제하며 자기 성찰을 하는 모습이었다.

주방에서 조리할 때 풍기는 음식 앞에 식욕을 억제하는 현지 상인들의 모습에 이슬람 종교의 강인한 정체성이 새삼 느껴졌다.

히즈라,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인 라마단 성월은 전 세계 무슬림들이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식하는 달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Roy. F. Baumeister가 말한 ‘단식’은 인간의 가장 큰 힘인 의지력을 증가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하라사막

북아프리카 대륙의 북회귀선 지역에 위치한 사하라는 붉은 모래사막으로 세계 최대의 면적을 자랑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오아시스가 숨어있기 때문이다”라는 식상한 말 대신,


<여행은 당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세상이 얼마나 광대하고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움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말을 생각하며 사하라 사막여행을 시작했다.


터번을 쓴 베르베르인이 운전하는 4륜 구동 지프차의 핸들링에 따라 좌우로 쏠리는 몸을 지탱하며 내리막길을 달릴 땐 요동치는 환호성이 사막 여우의 소리를 닮았고, 굴곡진 듄을 오르내릴 땐 모래 바람이 신기루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沙평선을 걷는 여행자는 걸을 때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될 것 같지만 더 걸을 수 있다고 믿으며 모래에 빠진 발을 한 발씩 한 발씩 모래 위로 내디뎠다.

아! 얼마나 오고 싶은 곳이었던가?

목적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사막에서 뒹굴며 웃고 뛰는 모습이 고삐 풀린 낙타의 무리들 같았다.

마음의 지도를 들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는 그들은 모래 속에 고삐를 숨기고 잔등에서 출렁이는 물소리를 들으며 붉은 물결 위에 포물선을 그렸다.

아무런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있겠어요?

유병록 시인의 말처럼,

나는 내 안에 빈집 한 채를 새로 지으며 다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해가 지자 붉은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느낌마저 들어 속이 울렁거렸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이불 삼아 사막 캠프에 머물고 싶었건만 도망간 날씨요정이 알라딘 램프가 켜진 호텔로 등을 떠밀었다.


-전통음식 꾸스꾸스-


황량한 모래 위에 씻고, 먹고 잘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리며 저녁으로 나온 꾸스꾸스 풍미에 모래바람 같은 허기가 확 몰려왔다.

금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서 먹는다는 전통음식 꾸스꾸스는 지역마다 고명이 다르지만 우리네 뚝배기와 닮았다.


각 나라 여행지마다 전통음악과 춤을 선보이듯 이곳 원주민들도 타악기와 목관악기로 여행자들의 흥을 돋우며 테이블을 돌았다.

인간은 직선을 만들고 신을 곡선을 만들었다고 믿으며 신에 순응하며 생활하는 그들의 선한 마음이 곡선이다.


- 사하라 사막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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