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수술 전날 놀며 쓴 글
오늘은 암 수술을 받기 전날 블로그에 제가 쓴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지금 암 환자입니다. 내일 수술하러 입원해야 하는데 짐도 안 싸고 이러고 앉아 있습니다. 이런 제가 지금 왜 글을 쓰고 있을까요?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이나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으로 보이시나요? 1일 1 포스팅을 하고 있는 걸까요? 블로그 챌린지를 하는 걸까요? 다 틀렸습니다. 저는 지금 놀고 앉아 있습니다. ㅎㅎ (쓰고 보니 웃기 네요.ㅋㅋ)
열심히 해서 성공했으면 저는 서울대를 가야 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성공했으면 저는 화가가 되어야 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해서 성공한 것이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해서 중간이나 겨우 따라갔을 뿐입니다. 열심히 해서 착하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입니다. 저는 열심히로 이룬 것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열심히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자위일 뿐입니다. 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매일 마약 같은 자기 위안만 얻을 뿐입니다. 열심히 해서 성공했으면 우리 부모님은 100억 부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우주 최강 열심히 사신 우리 부모님은 부자가 아닙니다.
열심히라는 단어는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게임을 열심히 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회사를 열심히 다닌다고 하지만 클럽을 열심히 다닌다고 하지 않습니다. 재밌고 즐거운 일은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재미있어서 하는 겁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나요? 놀고 있나요?
이제 제가 입원 준비도 안 하고 앉아 있는 이유를 아실까요? 저는 놀고 앉아 있습니다. ㅎㅎ
재밌어서 하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 수다쟁이인 줄 몰랐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할지도 몰랐습니다. 우리 아들이 게임을 할 때 이런 마음일까요? 산책을 할 때도, 명상을 할 때도, 잠자기 직전도 쓸 말이 떠올라 계속 쓰고 싶습니다. 왜 계속 떠오를까요?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심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는데 멈출 수가 없네요.)
창의력은 놀고 있을 때 폭발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새로운 글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납니다. 그래서 놀아야 합니다. 놀아야 창의력이 폭발하고 그래야 성공을 합니다.
에디슨이 열심히 발명을 했을까요? 직접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 너무 재미있어서 게임을 하듯 발명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밥을 먹을 때도 생각을 하고, 잘 때도 생각을 하고, 산책을 할 때도 생각을 했을 겁니다. 분명히 에디슨은 놀았을 겁니다. 열심히가 아니라 놀았을 겁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죽기 직전까지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스타브 잡스는 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일을 한 것일까요? 스티브 잡스는 마지막까지 인생을 즐기다 간 겁니다. (앗! 저도 스티브 달성 아닌가요? ㅎㅎ)
집에서 옷 가게를 했을 때 저는 놀았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에 잠을 2~3시간밖에 못 자도 행복했습니다. 제가 그리 재미있게 하니 손님들도 아시는지 친구, 엄마, 언니 다 함께 와서 같이 놀더군요. 지금 생각해 봐도 주 3회 하루 오전 3시간만 집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내 멋대로 장사를 한 건지 웃기지만 또 얼마나 매력이 있었으면 오픈 때마다 손님이 계속 늘어났을까요? 저는 장사를 경험하며 엄청난 창의력을 얻은 듯합니다.
부자들도 때로는 유튜브를 합니다. 부자들은 유튜브까지 대박을 냅니다. 부자들이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일까요? <웰씽킹>의 저자인 켈리최 회장님이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하는 것일까요? 돈을 버는 방법을 남들에게 알리고 돕는 것이 행복해서 유튜브를 하는 것일까요? 후자일 겁니다. 한마디로 놀고 있는 것입니다. 힐링 여행자라는 유튜버도 있습니다. 장사도하고, 택시 운전도 하며 주식으로 자산을 불려서 자수성가한 할아버지 유튜버입니다. 제 눈에는 할아버지가 신나게 노는 걸로 보입니다. 한때는 하루에 2~3개씩 동영상이 계속 올라오더군요. 할아버지도 유튜브로 놀면 43만 유튜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나에게 누군가 '놀고 있네~' 이런 말을 한다면 칭찬으로 들어야 합니다. ㅎㅎ
저는 지금 놀고 앉아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대한민국은 열심히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빨리빨리 열심히 최선을 다합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성장을 한 것 맞습니다. 모두 아시는 '한강의 기적'은 열심히가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열심히가 아닌 노는 사람이 성장하고 돈을 버는 시대가 왔습니다. 김정운 교수님의 <나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 보면, '1장 한국, 놀 줄 몰라 망할지도 모른다.'입니다.
따끔한 경고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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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는 것을 유튜브로 찍어도 대박 나는 세상입니다. 열심히가 아니고 놀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오늘도 내 일로 열심히 놀아 봅시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세상 놀러 온 것 아닙니까?
오늘도 재미있게, 행복하게 노는 하루를 보내 봅니다.
여기까지가 입원 전날 제가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수술 전날 쓴 글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봐도 무서워하거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글쓰기로 놀고 있었던 내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놀자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요즘은 집안일로 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합니다. 건조된 식기류도 정리하고, 과일도 씻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사과,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블루베리와 견과류가 들어간 샐러드를 만듭니다. 아이들 과일도 미리 썰어 뚜껑을 덮어 둡니다. 그러면 하루 종일 아이들 간식이 됩니다.
오늘은 어제 양재 꽃 시장에서 사 온 분재들을 분갈이했습니다. 만리향도 사 오고, 꽃이 핀 염좌도 사 왔습니다. 다육식물 꽃이 이렇게 이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아침에 눈떠서 인사를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꽃을 보고 웃습니다. 식집사라고 하나요? 동물만 이쁜지 알았는데 식물을 키우는 재미에 폭 빠졌습니다.
여러 가지 분재들을 사 왔으니 죽이지 않고 잘 키우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마다 물과 빛을 좋아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름부터 특성까지 다 알려고 하니 하루에도 여러 번 유튜브를 틀고 공부를 합니다. 공부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렇게 오늘도 공부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우리 딸(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따뜻합니다. 따뜻해진 날씨에 딸과 하는 데이트는 힐링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딸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쿠키가 너무 먹고 싶어서 쿠키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밀가루, 설탕, 버터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건강 쿠키입니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와 오트밀, 설탕 대신 건 블루베리를 넣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건강하게 만든 쿠키를 먹는 일 또한 소소한 행복입니다.
검정콩을 삶아 5일 치 두유도 만들었습니다. 매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제는 뚝딱 만듭니다. 건강을 위한 일이니 매주 빼먹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방학 중이라 밥하고 설거지하기도 바쁩니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힘든 일이지만 재밌다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재밌습니다. 요즘은 틈만 나면 또 머 할 일이 없나~ 요리조리 살핍니다. 바쁜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오늘 할 수 있음'은 행복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프면 이 모든 일들을 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바쁘게 집안일로 노는 내가 행복합니다.
벌써 내일이 기대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