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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Sep 29. 2024

원래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지

살려주세요...

월요일 오후 남편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남편 : 키즈노트 봤어? 


나 : 아니, 아직


남편 : OO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누워있다는데...


나 : 하... 연차 쓸 수 있어? 내일도 안 좋으면 내가 연차 써볼 수 있도록 할게.



회사가 조금 자유로운 남편이 연차를 쓰고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장염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오히려 열이 나지 않아서 장꼬임의 가능성도 있으니 지켜보다가 이상하면 바로 응급실을 가라는 말을 들었다.


가슴이 철렁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는 축 져서 잠을 자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에 머리를 연신 쓰다듬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회사를 다닐까?라는 부정적 생각이 훅훅훅 다시 올라온다. 괜찮다. 괜찮다. 안 괜찮다. 안 괜찮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원래 애들은 아프면서 큰 거지~


머리로 분명히 알지만, 오늘따라 이 말이 아프게 느껴진다.

역시나 쉽지 않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나의 욕심인지 다시 고민해 본다. 


다행히 아이는 그 이후로 빠르게 회복을 하였고 나는 연차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또 퇴사위기를 넘겼다. 


아이가 아프면서 나의 컨디션도 빠르게 떨어졌다. 확실히 수면의 질도 나빠졌고 책을 읽을 때의 집중력도 낮아졌고 아침공부를 할 때 멍하게 앉아있기도 했다. 브런치 초안도 써놓지 못하였다. 


그래도 다시 회복하며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하기 부담스러워서 저녁 20분 요가를 하며 차분한 나의 시간을 갖는다.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며 10분 산책을 다녀온다.

보고 싶은 책들을 읽는다.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구름을 보고 탄천에 있는 오리를 구경하기도 한다.

감사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쉽지 않지만, 나만의 속도로 나의 일상들을 찾아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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