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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웹핑거 Jul 31. 2024

신이 내렸다

2화 - 선택받은 자


서울의 번화가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고층 건물들 사이로 빽빽하게 자리 잡은 학교는 늘 학생들로 북적였고, 교실에서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창문 너머로 도심의 소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가 뒤섞여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마치 모든 소리가 증폭되어 내 내면의 혼란을 더욱 키우는 듯했다.


"김신, 괜찮아?" 친구 수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수현은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 자란 친구로, 내 작은 변화도 눈치채는 예민한 성격이었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어지러워서 그래."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복도를 걸었다.


내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가니 내 눈에는 주변이 평소보다 더 생생하게 보였다.


거리의 소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모든 것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 소리들이 마치 내 내면의 혼란을 반영하는 듯했다.


수업 시간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칠판의 글자가 흐릿해졌다가 다시 또렷해지는 것을 반복하며, 손끝에서는 미세한 전류 같은 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멀리하고 있었다.


내가 겪는 변화는 단순히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나는 자신이 무언가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였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역의 소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전동차가 들어오는 소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모두가 귀에 생생하게, 아니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날카롭게 들려왔다.


손을 뻗자 주변의 작은 물체들이 공중에 떠오르며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 느낌은 마치 자석에 끌리는 철 조각들처럼 자연스러웠다.


깜짝 놀라 손을 내렸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종종 이상한 꿈을 꾸곤 했다.


꿈속에서 나는 빛나는 어떤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항상 나에게 "너는 선택받은 자"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 꿈들을 단순한 상상으로 치부하며 무시했다.


그런데 몇 달 전, 꿈의 내용이 점점 선명해졌다. 어느 날, 꿈속에서 나는 웅장한 신전을 보았다. 신전 중앙에는 거대한 황금 구슬이 떠 있었고, 그 구슬은 눈부시게 빛났다. 구슬 옆에는 어떤 한 여자가 신비롭게 서있었다.  그 신비로운 존재는 다름 아닌 돌아가신 엄마였다.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신아, 너는 이 세상을 구할 운명을 타고났어. 우리는 너에게 신의 힘을 줄 거야." 그 말과 함께 나는 눈을 떴다. 이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6살이 되던 해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아빠와 여동생 빈이, 나 이렇게 셋이 함께 살아왔다. 아빠는 언제나 바쁘게 일하느라 집에 거의 없었고, 나는 빈이를 돌보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외로움 속에서 나는 꿈속의 엄마를 통해 위안을 얻곤 했다. 하지만 이번 꿈은 이전과 달랐다. 그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고, 엄마의 말은 너무나도 현실 같았다.


하루는 학교에서 벗어나 공원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그 빛줄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빛줄기가 땅에 닿는 순간, 주변 나무들이 강하게 흔들리며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빛이 사라진 자리에 놓여 있던 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내 몸 전체로 따뜻한 기운이 퍼지며 전류 같은 감각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날, 신에게 선택받은 것을 느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몸은 평소보다 가벼웠고, 움직임이 더 날렵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내 몸이 변했음을 느꼈다.


바깥 풍경이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집 안에서 나는 무심코 손을 뻗어 책을 집으려 했다. 그 순간, 책이 공중으로 떠올라 내 손으로 날아왔다. 책의 표면은 차갑고 딱딱했다.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일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받아들이려 애썼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찌릿찌릿  감각이 여전히 생생했다.


그러나 내 변화는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니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주변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졌다.


교실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나를 반겼지만,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고 애써 외면했다. 수업 시간에는 집중이 되지 않았고, 칠판의 글씨가 흐릿해졌다가 또렷해지기를 반복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의 소음은 이전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고, 음식의 냄새도 강하게 다가왔다. 줄을 서서 음식을 받고 자리에 앉았지만, 식욕이 없었다.


식판을 바라보며 숟가락을 들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라 내 손에 날아왔다.

나는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내 이상한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학교 뒤뜰로 향했다. 뒤뜰은 조용하고 한적해서 혼자 있고 싶을 때 가끔 찾는 곳이다. 


나는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구슬을 꺼냈다. 구슬은 여전히 신비로운 빛을 발하며 내 손에서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 진동은 마치 심장의 박동처럼 규칙적이었다.


그 순간, 나는 구슬에서 어떤 에너지가 나와 내 손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마치 구슬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집중하자, 구슬의 빛이 점점 강해졌고, 내 몸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평온함을 느꼈다. 이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다시 한번 구슬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 옥상으로 향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 손에 쥐었다.

구슬을 손에 쥐고 있자니, 그 빛은 더욱 강하게 빛나며 나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듯했다. 나는 눈을 감고 구슬에 집중했다.

.

.

.

"너도 그 힘을 가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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