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무나 어수선한 사무실 책상과 서랍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랜 시간 동안 미뤄온 책상 정리의 참담함에 결국 손을 대기로 마음먹은 순간, A4 용지 더미와 잊고 지냈던 수첩들이 한 켠에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랍 속 출력물을 하나씩 꺼내어 보니, 예전의 업무 내용, 함께 일했던 동료들, 그리고 그때의 업무 분위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복잡한 문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출력해 놓았던 흔적들, 그리고 소중하게 남겨둔 메모들—이 모든 것이 이제는 기억의 단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살펴본 결과, 앞으로 남겨둘 가치가 있는 문서는 고작 5%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문득 정보와 지식은 적재적소에서 그 유용성이 빛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오래도록 읽혀지게 만드는 일의 어려움과, 성경이 ‘바이블’로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오래된 수첩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해외 출장 중에 기록한 메모들, 매일의 업무 특이사항과 To Do 리스트가 담긴 그 수첩은 내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노란 포스트잇에 ‘나의 비전 2020’이라 적힌 메모를 보며, 나는 과거의 결심과 꿈을 다시금 회상하게 되었다.
포스트잇에는 다음과 같은 미래에 대한 다짐들이 적혀 있었다.
해외 유학 연수가기
토익 스피킹 7급 취득
주말에 가족과 공연 관람
명함에 ‘기술사’ 타이틀 추가
TV 대신 책을 읽고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 보여주기
프로그래밍 능력 향상
비록 이 비전들이 5년 후의 목표를 세우던 2015년 즈음의 기록일지 모르지만, 그때의 열정은 오늘의 나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2019년 뉴욕 단기 유학 후, 토익 스피킹 시험에서 7급을 취득하고, 가족과 함께 뮤지컬 감상을 나눌 수 있었던 그 순간들, 그리고 2020년 제121회 기술사 필기·실기 시험에 합격하며 기술사 자격을 획득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22년 박사 과정을 시작하여, 매일 연구와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이 모든 경험에 대해, 참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며, 이제 다시 한 번 5년 후인 2030년의 목표를 조용히 기록해본다. 앞으로 2030년이 오면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기대와 설렘이 교차한다.
분명한 사실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조금씩 전진하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국 원하고 소망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토니 로빈스의 명저 "Awaken the Giant Within" 을 다시 펴 들며, 내 안에 이미 잠들어 있는 거인을 일깨우고 올해, 그리고 2030년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용기를 얻고자 한다.
이 글은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다짐을 담은 기록이다. 지저분한 책상 위에 쌓인 기억들은 단순한 잔재가 아니라, 내 인생의 소중한 이정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이정표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듯, 앞으로의 내 모습도 그 길 위에서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