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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球)감에서 시작된 유대감

by Jay

2000년대 초반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팀 빌딩’은 곧 족구와 같은 단체 운동과 뒤이어 진행되는 회식을 의미했다. 문제는 이러한 활동이 외향적이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 위주로 진행되고, 내향적이거나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곧잘 질책과 핀잔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함께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술까지 강요되다 보니, 잘 마시지 못하는 이들도 억지로 술자리에 참여해야만 했다. 팀 빌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문화는 점차 볼링, 영화 관람, 골프, 가벼운 맥주 한 잔 등으로 간소화되었고, 때로는 개인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저녁 한 끼를 함께 먹거나, 아예 점심 식사로 대체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모임 자체가 쉽지 않아 사실상 팀 빌딩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게다가 조직문화가 점점 개인화되면서 개인의 시간을 침해하는 어떤 행사도 부담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과연 팀이 어떻게 ‘하나의 팀’으로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일해 나갈 수 있을까?


과거의 단체 체육 활동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예컨대 드라마 미생에서 중동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사업이, 비리만 제거하면 좋은 사업이 되는 것처럼, 질책이나 핀잔, 강요된 음주만 배제된다면 운동만큼 훌륭한 팀 빌딩 방법도 드물다. 특히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제조업 조직에서는 운동이 팀원 간 결속력을 강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된다.


최근 부서원들과 분기별 팀 빌딩을 진행하면서 이를 다시금 실감했다.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퇴근해 족구장에서 함께 땀을 흘렸다. 사무직 특성상 대부분 5~7년 만에 족구공을 만지는 터라, 서브만 넣어도 바로 점수가 날 정도였고 랠리가 여섯 번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었다. 누가 봐도 ‘못한다’고 할 만한 실력이었지만, 그럼에도 함께 뛰고 웃고 땀 흘린 뒤 사무실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함께해야 할 일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무실 안에서 만나서 사무실에서 헤어지는, 그저 ‘같이 일하는 사이’만으로는 조직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에 한계가 있다. 무언가를 함께 성취하고 성과를 낼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가 ‘함께한다’는 감각을 온전히 느낀다. 물론 프로젝트를 협력하여 성공시키는 것도 팀 결속을 다지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늘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그렇다 보니 성공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반면, 함께 운동하며 땀 흘리는 시간은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같이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짜인 팀 빌딩은 결국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함께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책과 강요 없이, 각자의 개인 시간과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가끔은 땀으로 하나가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팀을 진정한 팀으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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