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by 유별




한 모임에서 알게 된 74세 지인이 있다. 사는 동네가 가까워 가끔 식사를 같이 하거나 차를 마신다. 우리는 글쓰기와 일상을 오가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만날 때마다 대화가 물 흐르듯하고 마음이 잘 맞는다. 선생님을 만난 날에는 꽁꽁 묶여있던 포장지가 한 장씩 벗겨지듯 숨통이 트인다.


선생님이 사는 집 마당에 길고양이들이 찾아온단다. 들러 안부나 전하는거라면 마다할 이유야 없지만 잔디 위에 꼭 큰 볼 일을 보고 가니 마냥 예뻐할수만은 없더란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화풀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럴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됬단다. 짜증스럽고 기분나쁘게 여기기보다 일어 날 수 밖에 없다고 더 나은 결론에 이르고자 거듭 고심했단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다다랐다고 했다.


아, 내가 살아있으니 겪는 일이구나. 살아있는 값이구나.



'살아 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한결 너그러워지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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