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소송, 당신도 할 수 있다_23

나는 (이렇게) 약90%를 이겼다(3월 출간예정)

by 이종섭

제6부. 사례모음



4. 명판사의 명 판결


이 제목은 사실과 다른 모순이 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끝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관리단에 관리단 건물을 관리하던 A회사가 받지 못한 비용 9,300만 원을 청구하였다. 장부상 기록이 있으니 증거가 명백하여 패소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딱하게도 관리단에는 B라는 구성원이 분담금을 내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으므로 돈을 갑을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재판 도중 A회사는 필자 관리단과 B에게 동시 각각 소송을 건 사실을 알아내었다. 따라서 답변 자체를 거부하고 중복소송이라며 각하를 요구하였다. 판사는 추정기일(변론기일을 지정하지 않음)을 지정하였다. 그 뜻을 알아차린 A회사는 관리단과 B 중에서 B와의 소송을 버리고 관리단과 소를 지속하려 하였다. 그런데 B와의 소송은 당사자 적격문제로 1심 패소, 항소심 중이었다. 따라서 항소를 포기하면 관리단과의 소송은 계속될 것이고 보나 마나 100% A회사 승소였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발생하였다. A회사는 항소를 취하하면 될 것을 소를 취하하고 말았다. 결국 이번에는 재소금지의 원칙에 걸리고 말았으므로 필자는 줄곧 각하를 요구하였다. 이때 재판장께서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하고 조정위원장에 판사가 직접 나섰다. 판사는 주변을 물리친 채 필자를 불렀다.


“A회사 사정이 어려워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아 실수를 했지만, 줄 돈과 받을 돈이 명백한데 과연 그 실수로 한 푼도 못 받는 것이 사회정의에 합당한 것인가?

A회사가 실수한 만큼 감안하겠다. 5,300만 원을 깎아 4천만 원만 내시고, 돈이 없다니 8개월에 무이자 분납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라고 제안을 하시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돌아가 관리단 집회를 즉시 열어


“이 안마저 거부한다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판사님의 공정을 향한 진정성을 믿어 달라.”


라며 호소하여 결국 구성원들에게 돈을 거둬 소송을 끝내었다. 그 후 B구성원에게 이 재판 조정조서를 근거로 소를 제기하여 9,300만 원의 분담금을 받아내어 결국 거둔 돈을 돌려주고도 5,300만 원의 잉여금까지 만들게 되어 부자 관리단이 되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최소한 두 가지를 깨닫게 된다.


첫째, 법은 섣불리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못하다. 라는 사실.


둘째, 아직도 우리나라 법원은 믿을만하다. 존경받을만한 훌륭한 판사가 많다. 라는 사실이었다.



5. 최악의 판결로 실망한 재판의 예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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