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들의 한국 이민 개척사
제4부. 베트남 타운
31. 아내보다 중요한 돈
Hue는 목이 말았는지 물을 한 컵 들이켜 마시고 나서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러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멀리 단속원 차가 돌아가는 게 보이더라구. 조금 더 기다리다가 차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남편이 일어나 내 손을 잡아끌었지. 나는 발목이 너무 아파서 일어날 생각조차 할 수 없었거든.
할 수 없이 난 남편 등에 엎여 공장으로 왔는데 그 와중에서도 글쎄, 수돗가에다 덜커덕 내려주는 거야. 발 냄새가 지독해서 병원에 갈 수 없다나? 참 내... 발에 물을 끼얹고는 다시 기숙사로 올라갔지. 대충 옷을 갈아입고 남편도 얼굴에 약을 바른 다음 사장님 차를 타고 근처 정형외과에 갔어. 사장님은 우리를 내려주고는 끝나면 다시 연락하라더군. 치료비를 안주겠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불법체류자는 사람대우를 못 받아. 정식으로 취업한 사람은 산재보험이 있어서 모두 무료로 치료해주지만, 우린 그런 거 없어. 모두 자기 돈으로 해야 돼.
시간이 가도 통증은 조금도 가라앉지를 안았고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아픈 거야. 근데 남편은 날보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따라와서 고생을 하는 거냐?’ 하고 핀잔을 하는 거야. 아파서 울고 서러워서 울고 하여튼 병원에서 많이 울었어.”
“뼈가 부러졌나요? 치료비는 얼마나 들었어요?”
“발목의 뼈가 조금 갈라졌대. 그날 잠깐 X-ray를 몇 장 찍고, 링거주사 맞고, 발목에 깁스한 다음 약 처방 써 주는데 30만 원가량 나왔어. 의료보험도 없으니깐....., 그걸 보더니 남편 얼굴이 다시 찌그러지더군.”
Hue는 콧물을 훔쳐 닦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남편은 아내보다 돈어 더 중요한 거였지. 안 그래?”
“남자들은 다 그런가 봐요.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치료를 끝내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니, 사장님이 따라 올라왔어. 그리고는 한다는 소리가 내일부터 딴 곳 일자리를 찾아 떠나라는 거야.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한 번 불법체류자 냄새(정보)를 맡으면 계속 집중적으로 나온다는 거지. 그러니까 여기서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이거였어. 여러모로 하두 속이 상해서 그날 첨으로 남편하고 대판 싸웠지. 돈도 못 벌고 도망 다니다가 다쳐서 돈만 쓰고...”
“그래도 돌아갈 생각은 없었나보지요?”
“돌아갈 수는 없지. 불법체류자가 한 번 걸리면 5년간 한국에 입국 못한데. 그리고 남편은 아마 사귀는 여자가 있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한국에 온 거였어, 사실은...”
“그래요? 증거라도 발견 했나요?”
“남자들이 바람피우면 증거를 없애도 느낌으로 알 수 있어.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 어느 날부터 갑자기 전화가 뜸해지는 거야. 그러더니 나중에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돈도 조금씩만 보내기 시작했어. 말은 못했지만 너무나 수상했지. 그래서 돈도 벌고 남편 마음도 잡을 겸 해서 한국에 온 거야.”
“근데 왜 위장결혼을 했어요? 딴 방법은 없었나요?”
“연수생으로 오려면 돈이 많이 들거든. 그래서 마담한테 돈 쪼금 주고 결혼을 부탁을 했지.
근데 어느 날 72세 된 할아버지가 결혼한다고 마담한테서 연락이 왔어. 젊은 애들은 안 되니까 날보고 결혼할 생각이 없냐고 그래서 부랴부랴 호적을 미혼으로 고치고 결혼하게 된 거야. 비록 한국에 와서 도망 나왔지만...”
“다리는 다 나았나요?”
“계속 치료를 해야 한다는데, 돈이 있어야지. 몇 푼 안 되는 돈 마저 써버리면 방 얻을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해. 그래서 약도 안 먹고 병원도 자주 안 갔더니 뼈가 완전히 붙지 않고 굳어버렸나 봐. 지금도 디딜 때 조금씩 아파.”
“근데 여기는 언제 이사 왔어요?”
“거기서 다치고 난 다음에 사장님한테 사정했지, 일은 안하고 낮에도 다른 곳에 가서 있을 테니 잠만 며칠 재워달라고... 그건 승낙을 해 주었어. 그래서 약 한 달 동안 알아보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지. 여긴 앉아서 하는 일이 많아서 남편과 내가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여긴 단속 안나오나보지요?”
“그런 면에서 이곳은 다른 곳과 조금 다른 것 같아. 아직 단속 나왔다는 소리 못 들어봤거든. 이 동네는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관할 동사무소도 없어. 한국 사람들은 불편할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은 오히려 더 살기 좋지 않을까?”
“왜... 왜요?”
“하여튼 그래. 오늘 반가웠어요. 얼마 안 있어 우리 이사 갈지 모르는데 또 볼지 모르겠군.”
Ly는 기운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 깊어지고 Van과 Anh도 퇴근하여 돌아왔다. Anh이 물었다.
“Ly! 재판 잘 끝났어?”
“잘 모르겠어. 생각나는 건 판사도 변호사도 모두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뿐이야. 베트남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어. 모두 한국 사람들 밖에는...”
32. 돈 바구니에 춤추는 보살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