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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Jan 27. 2023

콩트 각기 다른 여성의 마음

< 각기 다른 여성의 마음 >

          

꽤 오래 전 당시 제비는 아니지만 자주 가는 캬바레 중, 타워호텔캬바레는 비싸기는 하나 상위급에 속하여 물 좋고 무드있기로 소문난 곳이고, 종로의 관수장은 중류로서 이쁜 댄서 많기로 소문났으며, 낙원캬바레는 장바구니든 여인네들이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는 곳이었다.


어느 날 관수장에서 1번 남x영이란 댄서를 알게 되었는데, 직업이 댄서니 춤 솜씨야 말할 것 없이 능수에 능란도 하거니와 그 미모가 얼마나 이뻣던지 상사병에 걸릴 직전이었지만, 그녀는 요리조리 삐지며 재수 없게스리 항상 같이 간 친구들의 파트너가 되어 몸이 단 나는 애간장만 태우던 차에, 하루 맘 독하게 먹고 체면, 체통 다 버리고 일찌감치 퇴근하여 그리로 달려가 문 열자마자 그녀를 기다려 낚아채 파트너로 찍어 버렸다.     

이 정도 정성이면, 감천은 아니라도 뭔가는 되겠지.  


그녀는 사연을 듣고는 감격했던지 몸 상태를 구석구석 더듬거리며 확인해도 쑥스러워 웃기만 했지 심히 거절하진 않았는데, 영업이 끝날 무렵 나가서 식사나 하자고 제안하고는 적당히 고백하고 얼러서 택시로 응암동 어느 여관까지 가는데 성공하였다. 여관에 들어가 샤워한 후, 그녀도 얼른 씻으라고 말하자 옷을 대충 벗고 들어가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술작품처럼 버릴 곳 하나 없으니 쾌재를 아니 부를 수 있는가?


푸하하핫, 굶주린 늑대에게 드디어 탐스런 고기가 걸려 들었군, 꿀꺽~!


이젠 성공이구나 하고 맘속으로 생각하며 기다리는데, 몸 구석구석을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오더니 다시 옷을 주어 입고는 잠자리에 눕는 것이었다. 실로 변괴 중의 변괴로다. 이유를 물어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정성을 생각해서 그냥 잘 수는 없는 노릇이라 몸만 달구면서도 청바지를 벗기려면 부리나케 일어나 버리는 데 삐싹 마른 처녀가 얼마나 동작이 빠르고 힘이 세던지 도저히 당할 재간이 없었다.


껴안고 잘 수는 있어도 옷은 벗을 수 없다, 그거여...?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손가락의 은폐와 엄폐술을 이용하여 살그마치 자크를 내리려면 어느 샌가 쏜살같이 방어자세를 취하는 재빠른 동작에 실패와 실패를 거듭하다 지쳐 잠이 들고 말았는데, 다음날 깨어 보니 온데간데없더라.


도대체 여자의 속셈은 알 수가 없는지라, 이것이 땐서의 순정이란 말인가?


다음날, 마음이 허전한데다 주머니도 넉넉찮고 해서 낙원캬바레로 다시 도전하는데 이게 왠 떡인가? 웨이터가 정해주는 아르바이트 파트너가 운 좋게도 몸매, 얼굴 모두 일품이고 흠이라면 춤 솜씨가 메주지만 나는 뭐 다른가?     

하여튼 이 날은 모처럼 진정 또 진정으로 하늘에 감사 하였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24세 여성, 적당히 놀다 택시를 타고 홍은동 어느 맥주집에 들러 숨겨진 계획대로 통금시간을 기다려 할 수 없다는 핑계로 여관에 들어갔는데 이 곳에 오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요조숙녀처럼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던 여성이, 오매, 사람살려...!


갑자기 옹녀로 돌변하여 샤워할 시간조차 변변치 않게 주면서 달려드는데, 차림새로 볼 때 1캐럿 진품 다이아 반지에 듣도 보도 못하던 귀한 보석의 목걸이며 꽤 옹색하지 않은 여성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뭔 보약을 많이 먹었는지 처녀의 정력이 그리도 넘칠까?

밤새도록 그녀는 나의 쓴맛 단맛 모두 빨아먹고는 언제나 처럼 지쳐서 잠이든 새벽녘, 10만원권 수표 3장을 남기고 이번엔 간 데도 온 데도 없더라.     

다음날 가만히 생각하니, 그래도 곰같이 미련한 재주꾼 보다는 물오른 여우가 조금은 나은지라 또다시 그 곳에 가 찾기로 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얼큰하게 취했지만 그녀는 보이질 않자 대타를 물색, 그나마 젤 나은 여성을 골라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저러나 매너와 예의는 지켜야지, 인내를 가지고...


"아가씨, 실례지만 한곡 추실까요?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꼴 갑을 떨며 요조한 척 하려던 그녀는 워낙 점잖고 예의 바르게 나온지라 그만 품에 안기고 말았는데, 나야 춤이 목적이 아니니 그렇다 치고 그녀 또한 춤 솜씨가 초보중의 왕 초보더라. 하지만 신사는 숙녀에게 그러면 안 되지. 


"어찌 그토록 춤을 잘 추십니까?

날씬한 미모와 나폴대는 춤이 어울리니 한 폭의 그림입니다."


그녀는 이 말, 한방에 가 버렸다. 게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생애 최고로 즐거웠습니다. 이 영광을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그럼..."


당장 어떻게 끝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악어가 먹이를 기다리는데 고목 같은 인내가 필요함을 아는 내가 어찌 참지 않으리요. 최대한 꾹 참고 점잖게 인사 했더니만, 양복 뒷자락을 잡는다.


"미스터리, 낼 시간 있어요?"

"헉~, 이 있 있다 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모든 약속 취소하겠습니다."

"그럼 저녁 7시까지 내자호텔 커피숍에서 만나요."

"아, 내일은 별이 빛나는 아가씨의 밤이 되도록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여, 안녕히..."


다음날, 5분 전에 도착하여 문 앞에 숨어 그녀가 들어가는걸 보고는 정확히 10분 후, 이른바 5-10작전대로 따라 들어갔다.


흠, 여자 둘이 왔군, 꼴에 재주부린다고 약은 척 하네. 둘이 나왔으니, 쉽게 먹을 떡이 아니군.

아쉽지만 작전을 변경해야겠네... 쩝쩝...


"늦어 죄송합니다. 용서를..."

"미스터리, 오늘 부담 없이 한잔해요."

"역시 멋쟁이 시군요, 화끈해서 좋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타워호텔 캬바레 어때요?"

"어떻다 마다 여부가 있습니까? 자, 가시지요?"


이어 콜택시를 타고 남산 관광도로를 돌며 장충동을 거쳐 호텔에 도착했다.


"아, 이런... 수표 밖에 없네..."

"작은 건 내가 내죠 뭐, 여깃어요 기사 아저씨.."


그녀들이 커피며 택시 비 까지 부담하니 좋기는 했지만 생각하니 괘씸하다. 부담 없이 한잔하자 했지 언제 작은 건 자기들이, 큰 건 내가내기로 했남? 하지만 신사가 그런 말에 가벼이 반응하면 못쓰지...

호텔에 들어서자 웨이터의 코가 땅에 닿을 것 같다.


"어 흠, 이곳에서 젤루 유명한 요리부터 가져 오슈, 식사 전이거든...

글구, 양주는 꼬냑이 좋겠지?"


원 없이 싫 컷 먹고 술도 거나하게 취하고 두 여성 번갈아 가며 구석구석 살피고 대충 계산을 해 보니, 적게 잡아도 100만 원은 넘겠더라. 당시 서울의 웬만한 단독 집 한 채가 500만 원 정도였으니, 보통 큰 액수가 아니었다. 이크, 때가 됐군.


"웨이터, 난 원래 이 아름다운 여성들이 춤추는 나비 같은 모습을 보고 싶으니, 멋 장이 남성 두 분을 아르바이트 해 드리게나."


잠시 후, 머저리 같은 여성들이 머저리 같은 어느 남자 품에 안기는 것을 확인하고는 머저리 같은 나는 이를 쑤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웨이터양반, 그분들 잘 모시게, 나는 가네만 계산은 그분들이 하실 걸세.

돈 많은 단골 잘 잡아, 살찐 돼지 얼굴 보구 키우나? 안녕히.."


총알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머저리 같은 여인들이 술값 계산하려 핸드백을 뒤질 것을 생각하면서 낡아빠진 서민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데 통금시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마치 나를 쫓아오는 경찰 백차의 사이렌 소리 같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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