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 뒷자리. 이 자리에서는 모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장면들이란 시선을 끄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지루한 풍경에 가깝다.
그 풍경에서는 모두가 폰을 본다. 서있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 지나치는 버스 정거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폰을 본다. 머리가 하얗든, 노랗든, 검든, 짧든, 길든 간에 상관없이. 굳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스쳐 보이는 화면에선 메신저도 있고, 영상도 나오고, 웹툰도 지나가고, 뉴스도 내려가고, sns의 사진들도 흘러간다.
영상은 2배속으로, 대화창은 열렸다 닫혔다, 화면 스크롤은 휙휙 사라지고, 화면은 꺼졌다 켜졌다 반복한다. 1초라도 멈춰있는 화면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멈춰있는 사람들 속에 엄지 손가락만은 바쁘다. 무료한 풍경 속 2배속이다.
나도 폰을 본다. 지루해서, 아니 지루해지기 전에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 그러고 보면 지루함이란 마주하기 전에 피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루한 영화는 못 참고 넘겨야 하며, 지루한 글은 제목만 보고 넘어가며, 지루한 모든 것은 슬쩍 피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혹시 지루하면 죽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도 죽기 전에 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