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낭독 수업을 시작한 동기는 갑상선 반절을 떼고 목소리가 달라져 소리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수술할 때 성대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는 일시적으로 거칠고 고음을 못 낸다고 한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더 달라지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직업 희망란에 성우라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을 했다. 성우라는 직업은 나이 제한이 없다. 성우에 도전하기 위해 스피치 학원을 찾아보았다.
작년 여름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문화가 하나씩 생겨나던 상황이었다. 직장에서 가까운 곳을 알아보다가 온라인 방식인 줌(Zoom)으로 하는 아카데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울 수 있다는 희망에 수업을 신청하였고, 줌(Zoom) 화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성우 지망생 수업이었다. 실제 성우님이 20대 성우 지망생에게 대본을 보고 코칭을 하고 있었다. 신기하고 진기한 줌 환경이 낯설지만 반가웠다. 장소를 이동하지 않고 방에서 접속으로 가능한 수업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우 지망생 수업에 끼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다.
성우님은 리딩을 해보고 싶은 사람 해보라고 하신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읽어 보겠다고 손을 들었다. 성우님은 리딩을 듣고 나이를 물어보셨다. 성우 공채에 나이 제한은 없지만 어려울 거라는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혜정 낭독 연구소 북 내레이터 과정과 무료 강의에 관심 있으면 카페에 들러 보라고 하셨다. 나는 무료 강의를 듣고 순식간의 송정희 성우님 기초반 북 내레이터 과정을 신청하였다.
2021년도 7월 한여름 북 내레이터 기초반 개강이 시작되었다. 코칭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마냥 설렜던 것 같다. 성우는 아니지만 내 목소리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낭독 과정에 푹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은 말하기가 되지 않아 매우 힘이 들었다. 매일 하는 말인데 내 입에서 나온 음가와 단어의 의미가 말하기와 다르다는 피드백은 낭독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다는 생각에 좌절까지 했다. 하고 싶었던 과정이기에 매일 낭독 연습을 놓지 않았다. 어느 날 내가 쓰는 말과 말의 어감에 감정이 느껴졌다.
저자 김윤나의 <말의 시나리오>에서 “말은 말이 되풀이해 들려주는 반복되는 삶의 이야기”라고 한다. “말은 마음의 모양을 소리로 전달하며 그 사람의 인생이 담긴 시나리오”라는 구절도 마음에 다가왔다. 마음의 쓰임에 따라 나의 감정과 생각이 세포로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우님들은 “낭독은 경청이다.”라고 늘 말씀하셨다. 마음의 경청은 잘 듣고 마음을 안다는 것으로 낭독의 여정 같다. 그 길에서 이루어지는 영혼의 울림이 낭독인 것 같다.
마음과 생각은 목소리에 기운을 타고 나온다. 숨을 타고 나오는 말의 상흔이 느껴졌다. 나의 '숨결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느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호흡으로 내 몸이 말을 한다. 호흡이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숨길에 발성이 시작되고 말이 시작된다. 들숨은 발바닥까지 날숨으로 잇는다. 호흡 따라 내 소리를 들으며 듣는 귀가 더 열린 것 같다. 낭독으로 작가의 말을 내 입으로 말하면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각도 자주 일어난다. 내 몸이 기억하는 감정이 내 소리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낀다. 낭독을 배우면서 듣는 귀가 더 열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