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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람 Feb 11. 2023

02몸이 말하다

자기인식

  1년 전에 블로그에 올린 낭독 연습 과정을 다시 읽어 본다. 녹음하고 느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으로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매주 금요일 줌으로 성우님과 선생님들을 만난다. 서로 인사를 하고 가볍게 근황을 이야기하고 초독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텍스트를 전 동기생과 가볍게 읽고 초독이 끝나면 한 명씩 낭독을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한눈에 먼저 보고 속도와 템포를 지켜 말 화하라는 코칭을 받는다.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발음, 끊어 읽기, 말 화하기를 놓칠 수 있다. 읽어대기 수준으로 머물면 안 된다. 낭독으로 가야 훈련 과정이 더디지만 오독이 없다. 문장을 쥐었다 폈다 하며 읽는다. 한 호흡으로 밀고 나간다. 마음에 중심이 잡힌 소리가 좋다. 틀리면 다시 고쳐서 하겠다는 자신감을 갖자. 원칙을 지키면서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오고 움푹 팰 때 낭독이 풍성해진다. 소유권을 청자에게 줄 수 있는 느낌이 여운이다. 종결어미를 테크닉으로 가져가지 않아야 변화가 좋다. 시원시원한 낭독으로 쭉쭉 편안하게 읽어나간다. 눌린 소리를 찾아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초반 송정희 성우님 코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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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나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고 녹음해서 다시 듣는다.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고 다시 반복하는 과정이 생생하다. 하루는 녹음하다가 배가 고파 밥을 먹고, 소화되기를 기다리다 저녁이 되어 생활 소음으로 녹음을 못했다는 내용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낭독으로 보낸 하루다. 내 몸이 겪었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온종일 낭독에 매인 모습을 보니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리가 전달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내 소리는 내 경험과 기억이 수반되어 소리로 나온다. 작가가 쓴 텍스트를 내 기억에 소리로 덧대어 낭독했다. 눈은 텍스트를 보고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는 내가 있었다. 나에게, 낭독은 내 감정에 솔직하다는 허울로 치장한 소리였다. 전문가반 수료식을 마치고 블로그를 다시 보고 놀란다. 지금 내 낭독은 코칭과 다른 장음화, 아성, 쪼그라드는 목소리로 휴지가 없다. 낭독 훈련이 무색할 만큼 발전이 없다.







  낭독은 내 목소리로 말하고 소리를 다시 듣는다. 나에게 몰입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낭독이다. 그동안 내 소리를 듣고 느끼는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내 감정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낭독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낭독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말 하기란다. 같은 말인데 느낌이 다른 외국어처럼 들렸다. ‘말하기’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다. 청자의 귀를 끝까지 끌어당기는 말 하기다. 책을 보지 않고 귀로 듣는 청자에게 친절하고 편안한 안내자이며 설명가이다. 처음 수업부터 경청을 강조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의 연습을 살펴보면 녹음 후 텍스트를 보고 다시 듣는 시간이 부족했다. 또한 잘못 듣고 다르게 인식하는 과정이 길었다.







 낭독은 소리 내어 읽는 과정만큼 자기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내 목소리에 내가 드러난다. 나를 이해해 주고 챙겨줄 필요를 느낀다. 그동안 책을 소리 내어 보는 시간을 보냈다. 작가가 말하려는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고 더디다. 듣는 귀가 어둡고 고집이 센 기질 탓에 더 늦된 것 같다. 지금 초독에 놀라며 감탄한다. 음가와 음절이 주는 소리가 다르고 말맛이 다르다. 내 입에서 나온 단어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날은 들어줄 만큼 낭독이 괜찮다가도 다시 이방인이 말하는 것 같다. 칭찬받은 낭독 파일을 듣게 될 때는 내가 제페토가 된 것 같다.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피노키오가 사람처럼 움직여 좋아할 때와 같은 기분일 것 같다. 내 소리가 살아 있는 것 같다. 내 소리가 살아나는 낭독이 되면 좋겠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 자리에서 내 숨결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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