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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 독서 결산(1~7월) - 1

짧게 써보는 리뷰

by 초이

상반기에 읽은 책을 중심으로 짧은 리뷰를 작성해 보았다.


1. 헤르만 헤세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독서모임을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임원분이 자유독서에서 리뷰를 해주었을 때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책인데, 본인이 발제를 하셔서 드디어 올 1월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가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 결국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욕망 가득한 골드문트보다 나르치스가 궁금해졌다. 물론 그의 삶에는 재미가 빠져있지만, 원칙대로 살면서 골드문트의 삶을 모두 이해해 주는 사람은 얼마나 현자인가? 나르치스가 골드문트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는 그저 그런 등장인물이겠지만 모든 것을 품는 데서 큰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2. 호메로스 - 일리아스

처음 책을 딱 펼쳤을 때 이것은 한글인데 왜 내 머리로 흡수가 되지 않는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기존의 번역된 책들과는 다르게 원본의 느낌을 살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내 손으로 정한 책이 아니었다면 하차 버튼을 눌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고 나면 읽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철학 책이나 인문학, 소설책에서 호메로스의 책들은 인용이 굉장히 많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서 일리아스의 문구를 보면 반갑고, 읽은 나 자신이 기특해지는 효용이 생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소설이 이 책의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단, 재독하라고 하면 우울해질 수 있다.


3. 레프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3권, 재독)

작년 하반기쯤 호기심에 읽었다가 어쩌다 발제를 하겠다고 쓸데없이 발언을 해대서 올 초에 결국 발제를 위해 재독을 하게 됐다. 분량은 정말 아찔할 정도로 많고, 일리아스 모임과 5일 차이여서 참여 모임원분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혔던 TMI가 생각난다. 이 책을 읽으면 톨스토이의 성별을 의심하게 된다. 여자의 미묘한 마음을 잘 끌어내어 묘사한다. 안 되는 사이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알고 기뻐하는 마음을 여자가 아닌데 어떻게 알고 있지? 그러나 작품 전반에 드러난 작가의 주제의식은 내 생각과 결이 달랐다. 그 점에서는 라이벌인 도스토옙스키가 압승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첫 문장이 주는 알 수 없는 충격과 매끄러운 문체가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다. 괜히 고전이 아니다. 괜히 이름난 작가가 아니다.


4.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3권)

나는 별 5개를 주는 것에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고, 역대 별 5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밖에 없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 이 책에 무릎 꿇었다. 인물 내면의 묘사와 도스토옙스키가 가진 인류애적 관점. 진정한 종교 등 다양한 것들이 담긴 소설의 정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를 하면서 보는 재미와, 종교에 대한 관점이 다른 두 형제의 설전. 마지막 법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사의 연설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이 책을 다 못 쓰고 죽은 도스토옙스키를 살려내서 뒷이야기를 쓰게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인생 책에 가까운 책이다. 분량이 길고 1권의 초반은 살짝 지루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읽다가 하차 버튼을 누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1권의 뒷부분이 그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니 꾹 참고 1권을 읽기를 제발 제발 부탁하고 싶다.


5. 루리 - 긴긴밤(재독)

어린이 도서인데, 정신 차리고 보면 어른이 읽고 운다는 책. 왜 그런지 이해가 갔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이유로 가장 많이 선물한 책. 읽기도 쉽고, 그림도 예쁘고, 뚜렷한 교훈도 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서로의 결점을 보완해 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훈훈한 책.


6. 호메로스 - 오뒷세이아

일리아스보다는 훨씬 재밌는 책. 읽기도 더 쉽고 이해도 더 잘 된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이 스토리에 영감을 받은 책이나 영화가 많기도 하고, 모든 모험 이야기의 원조여서 그런지 이야기가 생생하게 잘 느껴진다. 몇 년 전에 '키르케'라고 이 책을 비틀어 쓴 책을 먼저 읽어서 그런가. 이 책에서는 스쳐가는 인물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키르케'라는 인물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좋아하는 결말이기 때문에 통쾌하기까지 하다. 일리아스를 먼저 읽고 오뒷세이아를 읽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는 왜 호메로스가 지금까지도 추앙받는지 알 것 같았다.


7. 라인홀드 니버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이 책은 번역이 참 책을 하차하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읽어보면 생각할 것이 참 많다. 우리 인간은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근데 우리가 추구하는 도덕성은 무엇을 위한 도덕성인가. 바로 내집단을 위한 도덕성이다. 밖에서 보면 그 도덕성은 악해 보일 수도 있다. 모든 사회는 구성원의 이해를 추구할 뿐 인류 모두를 위한 도덕성은 없기 때문이다. 식민지도 그랬고 국가 간의 거래에도 그게 담긴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도 우리나라에선 대의를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에게는 민주주의나 사회주의나 다 악마로 보일 수 있다. 그 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읽기 난이도는 높은 편이지만 읽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8. 몬티 라이먼 - 피부는 인생이다

피부를 빙자한 건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는 책. 피부를 생각하지 않고 지켰던 것이 사실은 사실을 피부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나아가 건강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하라고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피부를 위해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만큼 피부는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결국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피부에 영향을 주니 피부는 인생이라는 책 제목이 가장 명확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9. 류시화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와는 점점 멀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물론 작가는 귀엽다는 듯 묘사하고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며 인생을 통달한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냥 사기꾼 같을 뿐 전혀 귀엽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에 강아지와 동반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쓰였다. 그 아이를 본 적은 없지만 눈에 아른거린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그 장면이었다.


10. 안나 도스토옙스카야 -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도스토옙스키와 결혼한 안나가 쓴 남편에 대한 회고록. 괜히 두 사람이 결혼한 게 아니었다. 안나도 글을 굉장히 잘 쓴다. 읽으면서 내가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나 같은 현명한 사람이 없었다면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안나의 헌신이 있었기에 도스토옙스키는 어려움 속에서도 글 쓰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그의 글을 가장 사랑한 안나. 그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처음에는 아빠와 딸 같은 나이 차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읽으면서 서로를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에서 사랑은 절대로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 잘 보인다. 자신의 행복 위에 상대의 행복을 둔 두 사람의 마음은 역시 아름답다.


(2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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