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야기
오늘 아침도 양치를 한다.
오늘 아침도 욕실 거울로 내 얼굴을 본다.
얼굴 구석구석을 뜯어 살피며 내가 나를 '품평(品評)'한다.
'훔, 옆머리가 하얀게 나이들어 보이는군',
'피부가 푸석퍼석 하구만.'
'생긴대로 살지 뭐 ㅎ'
저 쪽에 있는 눈과 내 눈이 마추친다.
저 쪽에 있는 내가 '표정 좀 풀어라'고 한다.
칫솔을 잠깐 빼고, 밤새 굳어진 안면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여 긴장을 푼다.
그러고는 눈을 선하게 다시 떠 본다. 입꼬리도 살짝 올려본다.
오늘도 마음이 잔잔하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건 지난 1월 중순부터인 듯 하다.
그 전까지는 조명도 없는 아득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늘 분노로 가득차 있었고 그 어떤 글과 말도 보고 들을 수 없는 마비에 상태였다.
나름의 처방인 걷는 행위에서조차 머릿속은 늘 터질 듯 시끄러웠다.
만성두통까지 생겨 진료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렇게 풍랑에 휩쓸리듯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너무 무거워 베게를 이마에 받치고 침대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머릿속의 잡념 앞으로 안개가 서서히 나타나며 ‘가수면’ 상태로 접어들더라.
쿵쾅거리던 심장은 조금씩 안정되고 호흡은 느리고 규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것은 유일한 하루의 쉼이 되었고 그 후로 매일 반복되는 일과가 되었다.
아마 명상이란게 이런걸까?
조금씩 마음에 ‘빈 공간’이 생김을 느낀다.
빈 공간이 늘어 날수록 삶에 의욕이 조금씩 움트고 있었던거 같다.
한번은 보지도 않는 오락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멍하니 않아 있었다.
무심코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책 하나를 집어들고 아무 곳을 펼쳤다. 내용을 힘없이 훑었다.
책의 말이 ‘빈 공간’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정신에 힘을 뺀 상태로 매일 조금씩 읽어 내려갔다.
아주 조금씩 ‘빈 공간’은 책 속의 ‘위로와 격려’로 채워지고 잡념들은 다시 ‘빈 공간’이 되어갔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조금씩 내려 놓았고
자신에 대한 ‘책망’을 조금씩 내려 놓았다.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을 조끔씩 받아 들였고
나의 ‘몸과 마음’에 조금씩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심호흡을 하며 10분 정도 지나면 평정심이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마음이 어지러워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아 있더라.
주말이면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한, 글을 쓸 ‘의지’가 생기기도 하더라.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나아지도록 해야한다.
어쩌면 평생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에 ‘만족’한다.
아직 100% 만족은 아닌 듯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시 터널로 들어갈 확률은 적다는 것이다.
그거면 됐다.
오늘도 하던 것을 그냥 하면 될 것이다.
오늘도 두서없이 써내려간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