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략적 사고'에 대해
오후 4시.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였다.
"아빠! 아빠, 몇 시에 회사 끝나아~?"
평소에 전화도 잘 안 하는 놈이 애교가 넘친다.
뭔가 '목적'이 있다!
"아빤 6시에 끝나지~!"
"5시라고?" 뭔가 서두르는 말투다.
"아니, 아빤 6시에 항상 끝나지~"
"아빠! 6시에 끝나고 집에 오지 말고 나랑 만나자~!"
가끔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만나자는 때가 있어 먹고 싶은 과자가 있겠거니 했다.
"왜?"
"아빠! 나랑 백화점 가자~!!"
불안하다.
"내가 카톡으로 사진 보내줄게, 전화 끊지 마아~!"
내 대답도 듣지 않는다.
이내 '카톡~'하는 소리가 들린다.
확인해 보니, '노스페이스' 미니 가방이더라;;;
9살 꼬마가 벌써부터 '노스페이스'라니...
(이 녀석아 앞으로 어쩔 셈인 거냐...)
일단 전화를 마무리하고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
"나한테 먼저 전화 왔었어!" 말을 끊고 와이프가 말한다.
그렇다. 아빠는 차선책이었다.
좀 더 난이도가 낮은...
상황은 이러했다.
상황1) 1차 통화로 엄마의 기분을 좋게 했다.
먼저,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나 오늘 공부도 열심히 했고, 축구도 잘했어!
이따가 일기도 아주 잘 쓸 거야!"
와이프는 폭풍 칭찬!
상황2) 엄마가 뿌듯해할 시간을 주고 '다시 엄마에게 전화'.
"엄마! 가방이 더러워져서 다시 사야겠어!"
"그래? 그럼 엄마가 봐볼게~"
"아니, 내가 사진 보내줄게~!"
사진을 보고 와이프는 '폭풍 잔소리'를 시전 했단다.
그 후, 고심 끝에 차선책으로 아빠를 공략한 것이다.
이 녀석은 누굴 닮아 '소유욕'이 이렇게나 강한지 모르겠다.
(날 닮은 거 같다.)
처음에는 속으로 '이 좌식이 어디서 꼼수를!' 했는데,
다음엔 '호오~ 상당히 전략적인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전략적 사고'를 경제관념과 접목시켜 주는 게 부모에 몫 아닌가 싶다.
후일담.
막내가 와이프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엄마, 아까 짜증내서 미안해~ 오늘 저녁도 잘 먹고 일기도 잘 쓸게~"
"그래, 우리 아들 사과해 줘서 너무 고마워~"
"어, 그러면 엄마가 골라준 그 가방으로 살게. 내일 오지??"
"어... 그래....."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
불행은 모자람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할 줄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법정스님 '홀로 사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