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방은 8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막내인 나는 보통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목공방의 불을 켜고 직원들이 마실 물을 떠서 커피포트에 끓여 놓는다. 마지막으로 화목 난로에 불을 피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침에 불을 피우는 나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이 많이 추워서 난로를 꼭 피워야만 했지만, 지금은 굳이 피울 필요가 없을 만큼 날이 따뜻해졌다. 그럼에도 나는 꼬박꼬박 불을 피운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사장님은 불 피우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웃으며 지나가신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불을 피우고 불을 보고 있는 게 좋다.
목공방의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 8시부터 두 시간 정도 일을 하고 15분 정도 쉬고 12시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1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서 두 시간을 일한 후 다시 15분 정도 휴식을 한 뒤 5시 퇴근 때까지 일을 한다. 일을 시작하면 정말 시간이 후루룩 지나간다. 폭풍 같은 몰입의 시간이 지난 후 쉬는 시간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불씨가 꺼져버린 난로의 뚜껑을 열고 다시 불을 지핀다. 난로 앞에는 앉은뱅이 흔들의자가 있는데, 거기에 앉아 불을 피우고 멍하지 불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의 찌꺼기들이 날아가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좋다. 따뜻한 느낌도 좋고, 이글거리는 불의 모양도 좋다. 불속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도 좋고, 장작이 타는 소리와 은은한 탄내도 좋다.
태초의 인간이 동굴 속에 옹기종기 모여 불을 바라보며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불이 주는 따뜻함, 안정감 따위 말이다. 그게 내 몸속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 나도 이렇게 불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불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던데, 왜 그런지 알 것도 같다. 불속에는 설명하기 힘든 좋은 에너지가 있다.
이제 곧 불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지독하게 더워질 일만 남았다. 얼마 안 남은 이 작은 즐거움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