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by 삽질

집에서 지금 일하는 목공방까지 가려면 30-40분은 운전을 운전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을 했었는데, 이제는 새벽에 눈을 떠도 밖이 환하다. 2월 즘에 새벽 어스름에 출발해 길의 중간쯤 도착하면 지평선에서 태양이 선명하게 솟아올랐다. 그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출근길에 일출을 감상하다니 대단한 호사다. 태양은 원래 땅에서부터 솟아오른다는 걸 굳이 새해 첫날 동해바다 앞에서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원래 출근길은 힘든 법이다. 똑같은 길, 똑같은 시간, 똑같은 교통체증과 일터로 나가야만 한다는 현실의 굴레를 뒤섞은 불협화음의 교향곡이었다. 지금의 출근길은 제법 값비싼 티켓을 파는 오케스트라 정도는 되는 듯하다.



일터로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해안 도로(일주서로)를 타고 가거나 제주의 남과 북을 크게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 격인 평화로를 타거나 아니면 끊임없는 방지턱을 넘어야 하는 시골길을 따라 갈 수 있다. 어느 길로 가든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크게 차이가 나도 10분을 넘진 않는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길을 골라 출근한다. 바다가 보고 싶은 날이면 일주서로를, 오름이 보고 싶고 시원하게 달리고 싶으면 평화로를, 빨리 가야 한다면 시골길을 택한다.

중간에 빠져야 하는 구간에서 딴 생각을 하다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더 좋다. 그렇게 알게 된 새로운 길들은 나의 새로운 여행지가 되니까. 출근만 아니라면 한참을 헤매고 다니고 싶은 게 제주도의 길이다. 억세, 오름, 현무암, 그리고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한국의 시골이 가진 청순함에 세련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제주의 시골은 촌스럽지 않다. 그래서 제주가 좋다.

아직 새벽바람이 쌀쌀하다. 그럼에도 요즘 출근길에 창문을 자주 열고 달린다. 너무 춥지 않게, 아주 살짝만 열어 놓는다. 그 비좁은 틈 사이로 새소리가 차가운 바람을 타고 내 차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너의 고막을 울리는 감성 플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청량함과 청순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제는 운전하며 라디오도, 노래도 잘 듣지 않는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릴 작정이다.

30-40분이나 가야 하는 먼 출근길이지만 차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피곤하지 않다. 차 사이에 갇혀 30분을 도로에 보내는 것과 내키는 대로 엑셀을 밟으며 운전하는 30분은 전혀 다른 일이다. 물론 1차선 도로에서 느긋한 시골 아주머니 운전자나 경운기를 만나면 잠깐의 정체를 경험하지만 비상 깜빡이를 켜고 잽싸게 추월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러 가는 길은 스트레스가 없는 법이다. 거짓말 조금 많이 보태면 나의 출근길은 놀러 가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