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자라는 아이

by 삽질

3월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의 육아 철학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한 숲 어린이집입니다. 일주일에 3번은 어린이집이 소유한 숲으로 나갑니다. 숲에서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알아서 놀고 자연을 탐험합니다. 옷이 엉망이 되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도 없고 놀이를 계획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노는 데 타고났으니까요. 교사는 그저 옆에서 지켜봐 줄 뿐입니다. 숲에서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가짜 놀이 체험이 아니라 진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흙에서 뒹굴고 뛰고 나무에 오르며 성장하도록 태어났습니다. 온몸에 흙은 묻히고 자연을 느끼며 노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요즘의 육아, 교육은 그런 자연스러움을 대부분 없애거나, 여건상 누릴 수가 없습니다.

흙에서 놀면 부모는 '지지'라는 말을 하며 손을 털게 합니다. 위생적이지 않으니까요. 나무에 오르면 다친다고 내려오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울리다 티격태격하면 쏜살같이 달려와 중재하고 모든 놀이를 중단시킵니다. 아이들의 싸움은 부모들의 싸움으로 변질됩니다. 그런 육아, 교육 정서를 받들어야만 하는 교사는 학교에서 모든 위험물을 차단하고 갈등을 예방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자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함, 불규칙함, 불안정함이 제거되고 예측 가능, 규칙, 안정,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여깁니다. 그게 옳든 싫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야만인 취급을 받습니다. (진짜 야만이란 무엇일까요?)

이곳 어린이집 원장님과 처음에 상담을 하면서 정말 인상 깊었던 말씀이 있습니다. 요즘 부모나 교육에서는 자기 주도성을 강조하는 데 현실은 자기 주도성을 전혀 기를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하셨습니다. 자기 주도성이란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찾고 해결하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안달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아이들끼리만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열혈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원 스케줄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며 아이들의 생활을 관리, 감독해줍니다.

교사를 할 때를 돌이켜 보면 아이들은 자유시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시간을 어떻게 할 줄 모르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심심하다며 차라리 선생님이 같이 놀아주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이들에게 규칙, 규범, 예의범절 따위를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모든 생활이 정해진 틀 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자유, 마땅히 누려야 할 자연스러움, 스스로 성장할 할 수 있는 치명적이지 않은 위험, 도전 의식, 스스로 노는 법, 어른들의 믿음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필요합니다.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와 논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유와 논리는 대부분 각자의 경험에서 유래했을 테고요. 조금만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상식적인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상식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사람들은 마땅한 이유나 논리보다는 관성이나 남의 시선, 군중 심리에 이끌려 사는 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도 크게 벗어나진 않겠지요.

제가 가진 생각과 선택들이 남들에겐 조금 이상하게 보인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누가 맞다 누가 틀리다의 게임을 하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겠지요. 남을 내 기준에 판단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그저 자신의 선택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묵묵히 나아가면 그뿐이입니다.

다행히 저희 부부의 선택은 아직까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작년 내내 어린이집이 싫다고 하던 아이가 어린이집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첫눈에 반한 여자아이 때문이지만요.

어쨌든 아이가 깨끗이 관리된 동물원의 동물보다는 야생의 동물처럼 조금 더 자유롭고 용감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탐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이를 위한 교육은 그 단순함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게 상식적이라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