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2020년 7월,
가열차게 달려가던 내 삶에 거대한 멈춤이 찾아왔다.
그날을 떠올리면,
진심으로 내가 죽는 줄 알았다.
처음엔 단순한 위염인 줄만 알았다.
몇 달 동안 내과에서 약만 타 먹으며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이 노랗게 떠 있었다.
일터에서 선배가 표정이 심각하더니,
“진짜 지금 바로 큰 병원 가봐야 해..”
그 말을 듣고 남편이랑 바로 동네 병원에 갔다.
검사를 받고, 링거도 맞았다.
의사는 검사결과 염증 수치가 너무 높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부랴부랴 남편과 병원예약을 잡고 갔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큰 병원에 갈 일이 생길 줄이야.
나처럼 튼튼한 사람이.
입원은 아이 셋을 낳을 때 말고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큰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고, 선생님을 만났다.
의사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간 수치가 너무 높아요.
이대로 가면 간 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추가 검사,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해요.”
순간, 귀가 멍해졌다.
내가 뭘 잘못 들은 걸까?
우리 애들은…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 병원 복도에서의 나는,
슬픈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기억에 박혀 있다.
다행히도, 추가 검사 결과는 간이 아니었다.
담석이 관을 막아 간수치가 올라간 것이었다.
나는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하나는 담석 제거, 하나는 담낭 제거.
수술에 대한 기억은 딱 하나.
수술대에 누워서 수면제가 들어올 때,
몸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그리고 눈을 떴다.
2주 넘게 병원에 머물렀다.
내 삶에 쿵 하고 놓인 강제 멈춤이었다.
나를 걱정해 주는 선배, 친구, 가족들을 병원에서 맞이하면서
강제 멈춤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멈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제부터는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지’
처음으로 깊이, 아주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바다 앞에 서게 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