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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Aug 11. 2024

공전하는 행성처럼

가깝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어떤 사이는 공전하는 행성처럼 서로를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다가가서는 안 되는 형태로 유지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친구이든 가족이든 전혀 모르는 타인이든,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사이의 비정형화된 감정의 수치값은 서로 달라서 곁에서 얼굴을 비추는 시간과 마주 보는 거리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어쩔 땐 보고 싶어 그리워하지만 반대로 궤도를 벗어나고 싶을 만큼 부정적인 감정을 내게 넘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궤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그저 찬란한 빛을 내며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수밖에.


너무 가까우면 불 타 없어질지도 몰라. 서로 충돌하여 이름 모를 소행성으로 전락하거나 작은 먼지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


하지만 이미 궤도권에 진입한 이상 너와 나는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란걸 부정할 수는 없겠지. 긴 시간 함께해 왔다면 우린 공생관계나 다름없을 거야. 더 멀리 있는 행성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우린 너무 가까이 있잖아.


네 행성에 있는 인간들은 나를 보며 수군대지. 내가 평소와 다름없이 내 할 일을 잘 해낸다면 더없이 우호적이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나려 하면 온갖 분노를 퍼붓고 증오하지.


이미 서로를 벗어날 수 없는 관계라면 우린 서로 조심해야 해. 어느 한쪽이 수명을 다 하기 전까지 우린 함께니까.


그러니까 우린 이 우주의 질서 속에서 함께 공생할 뿐이란 걸 자연스럽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칠흑같이 어둡고 공허한 공간 속에서, 서로가 내뿜는 고유의 빛을  조금 더 어여삐 보듬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걸 별안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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