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by JS

제가 10대 시절에 열광했던 만화 <슬램덩크>에는 잊을 수 없는 수 많은 명장면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팀 북산고는 전국 최강팀 산왕공고와의 경기에서 초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실력 차이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립니다. 점수 차는 절망적으로 벌어지고 팀의 사기는 바닥을 칩니다. 이때 보통의 경우라면 빠르게 점수차를 줄이기 위해 3점 슈터를 투입하는 것이 상식적인 작전입니다. 하지만 북산의 안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점프슛조차 제대로 못 하는 풋내기 강백호를 투입하며 특별한 개념을 알려줍니다.


‘우리 팀의 슛이 빗나갔을 때, 상대가 리바운드를 잡아 속공으로 2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네가 그 리바운드를 잡아내면 상대의 속공은 없어질 것이고, 우리에게 또한번 득점 기회가 생긴다. 너의 리바운드는 단순한 수비가 아니라, 4점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이 ‘4점짜리 리바운드’의 개념은, 제가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소년 범죄의 대부분은 절도와 폭행입니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자극적인 중범죄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24년 소년범 형사처벌 비율은 5.8%입니다.(출처: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 그나마 아이의 보호자가 돌볼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경우, 아이는 보통 피해자와 합의하고 법의 무서움을 배우며 제자리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보호자의 물질적, 정서적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은 시설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시설 안과 밖의 활동반경에서 만나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만 교류하며, 자신들이 속한 세상이 전부라고 믿게 됩니다.


한 아이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사고 치고 다녔잖아요.”


“이상한 짓이야 어렸을 때 다 하지. 하지만 범죄는 안 했지.”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 주변에 형이든 동생이든 시설 안 다녀온 놈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이 아이의 세상에는, 청소년기 시절 시설에 오지 않는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세품아에서 만난 교사들이 그 아이가 처음 만난 ‘다른 세상’의 사람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기회를 주고 다른 환경을 제공합니다. 강백호의 역동적인 리바운드처럼, 서태웅의 화려한 점프슛처럼 당장의 화려한 플레이(아이의 즉각적인 모범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던 아이의 시간을, 플러스의 시간으로 바꾸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2배의 효과를 얻는 셈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감상적인 믿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여러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예방적 투자 이론(Preventive Investment Theory)은 문제가 발생한 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보다, 사전에 소액을 투자하여 문제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론입니다.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회복과 공동체의 치유를 통해 관계를 복원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들어가야, 아이는 성인이 되어 우리 사회에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구성원을 얻게 됩니다. 우리 세품아는 바로 그 ‘4점짜리 리바운드’의 가치를 믿고,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플러스가 되도록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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