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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n 24. 2024

끝없이 쓴다면

세상을 떠나가신 선생님들의 마지막 시간들을 떠올립니다. 더는 쓸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하신 요양병원의 선생님도, 가시는 순간 제자의 손바닥에 글자를 쓰시던 선생님도요. 서둘러 물건들을 나눠주고 마지막에 쓸 사진을 고르시던 선생님도요.


그 순간을 옮긴 책도 있더군요. (문장수집가, 유언 혹은 묘비명 등을 모은 책) 찰스 부코스키는 "Don’t try (애쓰지 마라)"라고 하였고요. 작곡가 앙프레드 슈니드케는 "오래, 아주 강하게, 쉰다."라고요. 니코르 카잔차스키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라고 했고요. (책 속 인용이겠지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It is most beautiful."이라고요. 리처드 파인만은 "This dying is boring.(죽음은 지루하군)"이라고 했고요. 살바도르 달리는 "Where is my clock?"이라고 했답니다.


아주 어린아이들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걸까요. 뭔지 알 수 없는 옹알이가 발설의 상태일까요. 언제나 쓸 수 있다면 죽음 이후에도 쓰기가 이어질까요. 묘석이 늘어선 공원을 지날 때면 뭔가 사그락사그락, 마음의 귀를 혹은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은 환각과 환감이 다른 세계에서의 전언같고요. 내리던 잠시의 비 탓인지 러브벌레들이 안 보입니다. 일시에 사랑하고 산란하고 사라졌나 봅니다. 오늘은 무엇을 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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