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43
‘독서(讀書)’는 ‘책이나 글을 읽는 행위’라는 너무도 간단한 의미다. 讀(읽을 독, 구절 두)은 言(말씀 언)과 賣(팔 매)가 합쳐진 글자로 주로 ‘읽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다. 書(글 서)는 뜻을 나타내는 聿(붓 율) 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者(사람 자) 자가 합쳐진 한자로, ‘글’을 뜻한다.
독서는 사회적 소통과 지식 창출 행위의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사회적 소통 행위라는 것은 독자가 글쓴이와 대화한다는 것이고, 지식 창출 행위는 지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독자의 내면세계에 변화를 가져와야 진정한 독서라고 할 것이다. 지금은 수많은 미디어 등의 영상 매체가 존재하여 소통과 지식을 창출하는 통로가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과거에는 문자와 필기구 등을 이용하여 책 형태로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독서는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기 위한 유일한 길로 강조되었고, 과거 문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수적 행위였다.
문자나 기호로 이루어진 책은 시청각적 특성을 갖는 영상 매체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언어와 문자는 단어를 이루고 그것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대부분 지식을 습득하고, 읽고 수용하고 소통하기 위한 정보 접근에 사용된다. 그래서 책의 중요성은 곧 문명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독서를 생활화함으로써 얻어지는 장점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지식 생성력을 길러준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이 매우 중요한데, 독서를 많이 하면 학습의 전이가 촉발되어 새로운 지식의 형성을 쉽게 해준다. 둘째, 평생학습 시대에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최고의 수단이다. 정규 교육과정이나 특정 기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을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독서다. 남녀노소를 할 것 없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이므로 평생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돕는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성향이 강해 반성적․비판적 사고가 힘들다. 독서는 독자에게 수많은 관점과 지식을 제공해줌으로써 독자들의 사고력을 길러주고 반성적 사고를 가능케 해준다. 넷째, 독서는 몰입을 경험하는 제일 좋은 수단이다. 독서 자체가 몰입하지 않고는 실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통해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문명을 이어받을 수 있다. 책은 예술, 과학, 종교, 기술, 경제, 역사 등 각종 시대상을 반영하고, 다양한 학문의 연구 결과물들이다. 책들은 예부터 지금까지 문명 발전의 상징이자 인류와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다음으로 독서를 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첫째,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제작된 매체지만, 전적으로 저자의 가치관이 깊이 투영된 창작물이라는 특성상 다루는 인물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지고 정황과 자료가 검증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따라서 책은 모두 좋을 것이라 짐작하고 무 비판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접근한다면, 책을 안 읽는 것만 못하다. 세상에는 가짜뉴스와 같은 거짓, 음모, 사이비 책은 즐비하다. 둘째, 부모와 교육자의 지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책과 독서는 교육 분야에서 최고의 칭찬과 찬양의 대상이다. 부모와 교사들은 학생들이 읽는 책에 관심보다는 독서를 하는 행위 자체에만 관심을 둔다. 책은 간접경험을 습득하는 매체일 뿐이고, 독서에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지식의 학습이다. 이때 정말 바람직한 지식인지가 더 중요하다. 독서는 저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이다. 직접적인 대화와 마찬가지로 누구의 작품을 읽으며 대화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모두 바람직하고 좋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소한 보호자나 교육자가 아동이 읽는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양서와 악서를 구분하여 통제하거나 올바른 독서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귀한 인생의 시간을 악서를 읽는 데 소비하지 않도록~!
책을 읽는다는 건, ‘꿈을 품는 일’이고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일’이라고 했다. 책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꿈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세운 일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첫 번째가 책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일이라는 것이다.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바로 올바른 독서교육을 통한 창의적 사고능력과 전인적 인성이다. 독서는 인생의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수학 공식 하나를 더 외우게 하고 비싼 학원 한 곳을 더 보내는 것보다 좋은 책 한 권, 한 구절을 읽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는 사실을 교육자와 학부모는 알아야 한다.
미국의 인지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책 읽는 뇌』에서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자신을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라고 했다. 많은 연구에서 본인이 스스로 읽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뇌과학적으로 고등 정신 기능과 정신적 문법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문자를 익힌 아이들이라도 책을 읽기 위한 흥미, 인내심 등의 능력이 부족하므로 대신 읽어주는 것인데, 생각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다. 아이에게는 부모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에서 오는 정서적 안정감, 어휘력이 향상, 풍부한 상상력, 글쓰기의 기본, 독서에 대한 흥미와 습관이 길러져 언젠가는 스스로 책을 읽게 되고, 이해력이 향상되어 학교 교육에 도움이 된다. 또한 부모에게는 무엇보다도 아이와의 애정 어린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 행복을 준다. 아이를 품에 안거나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누구나 안다. 그것이 아이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유익하고 행복한 일인지를!
독서란 다른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깨우친 것을, 일생을 통해 깨달은 것을,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순식간에 습득하게 해주는 경이로운 일이다. 인간의 수명은 100년을 넘기 힘들다. 그런데 ‘독서’는 생물학적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질적 수명을 영원히 연장해 줄 수 있는 행위라 한다. 저자가 10년을 고생해서 만든 책을 읽으면 저자의 10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순식간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번 것이다. 수십 년의 노력을 바쳐 써낸 유명한 고전 백 권만 읽는다고 계산해보라. 실질적 수명을 얼마나 연장했는지? 또한 수천 년 전의 저자와 만나 이야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유한한 인생을 무한으로 연장할 수 있는 비법이 독서다. 심지어 ‘독서는 죽은 자들과 더불어 사고하는 기쁨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죽은 자들과 함께 가고, 죽은 자를 살려내는 유일한 방법이 독서라는 것이다.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내가 읽는 책의 저자와 만나는 그 감동을 더 하면 세상에 독서보다 더 남는 장사가 어디 있을까?
책은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탐색하는 통로가 된다. 독서는 세상과 타인을 좀 더 깊이 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독서는 다양한 타인과 세상의 의견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저자의 발자국을 걸어가면서 저자와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눈으로 주변을 확인하고 탐색하는 과정이다. 나아가 나만의 대안을 찾아내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타인에 대한 건강한 수용과 자기 내면을 바로 서게 하는 것이다. 독서는 곧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다양한 지식과 성품 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많은 것들은 사회, 학교, 가정에서 모두 배울 수 없다.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현대는 평생 배우면서 살아가는 평생학습 시대이다. 또한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열심히 독서하고, 일하고, 사색하고, 고민하고, 아파하면서 내일의 행복을 꿈꾼다. 책과 함께하는 독서 습관은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읽은 책이 많아질수록 계속해서 성공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책을 읽는다고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사람은 전부 책을 읽는다.’라는 말이 있다. 확실한 성공의 필요조건이 독서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따라서 당신의 미래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책 읽는 마음은 무한한 세월의 강을 건너 또 다른 사람에게 닿는다. 이렇게 독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넘나드는 저자들의 지혜를 만나는 일이며, 책에 담긴 저자의 경험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미래 삶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의 길잡이를 제시해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책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했다.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가면 첫 번째 선물로 책을 준단다. 그래서 더 좋은 선물을 받기 위해 죽어서 책을 들고 가니 입구에서 줄 선물이 없으니 되돌려 보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죽어서 다시 살아났다면 그것보다 큰 선물이 없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미래인 자라나는 아이들 손에 폰 대신 책을 쥐여 주자. 폰은 보고 책은 읽는다. 보는 것(seeing)은 느끼는 것(feeling)이고, 읽는 것(reading)은 생각하는 것(thinking)이다. 보고 느끼는 것보다 읽고 생각하는 것이 가슴을 울리며 뇌리에 깊이 남는다. 폰만 보고 큰 아이보다 책을 읽고 자란 아이는 사고(思考)의 깊이부터 다르고 날이 갈수록 습득하는 지식의 수준과 결이 활연히 달라질 것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책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꿈’이다. 오늘도 주머니에 책 한 권 넣는 일부터 챙기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