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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Nov 12. 2022

42. ‘가면(假面)’의 의미

삶은 의미다 - 42

가면(假面)’은 얼굴을 감추거나 놀이 같은데 꾸미기 위해 나무종이동물의 가죽돌 등의 여러 가지 재료들로 만들어서 얼굴에 쓰는 물건을 말한다. 假(거짓 가)는 뜻을 나타내는 人(사람 인)과 소리를 나타내는 叚(빌릴 가)가 합쳐진 한자로, ‘거짓’ 혹은 ‘임시로 정해놓은 것’을 뜻한다. 僞(거짓 위)와는 다르게 ‘속인다’라는 의미는 없다. 面(낯 면)은 사람의 머리 모양을 의미하는 百에 머리의 윤곽을 나타내는 외곽선으로 덮어서 만든 글자로 ‘낯’, ‘얼굴’을 뜻한다. ‘가면’과 ‘탈’은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이었지만, 현대에 들어서 가면은 이국적이거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사용되고, 탈은 순박하고 토속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가면의 의미는 원래 얼굴에 쓰는 물건이란 뜻보다 감추고 있는 역할에서 파생된 은유적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한다. 

가면과 거의 비슷한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페르소나(Persona)’란 말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현대에는 인간이 외부 세계를 대할 때 자기 자신을 꾸미는 일종의 가면으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미한다. SNS에서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이나 어떤 인물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특정 고유 이미지 같은 것 역시 인격의 본래 모습, 즉 자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페르소나라 할 수 있다. 페르소나는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 사회교육 등의 경험으로 형성되고 강화된다. 페르소나는 주위 사람들의 요구를 포용해가며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게 해준다. 사실 우리는 멀티 페르소나(사회적 가면)’를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공적인 나’, ‘사적인 나’, ‘직장에서의 나’, ‘인간관계에서의 나’, ‘혼자 있을 때의 나’, ‘함께 있을 때의 나’ 등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가면으로 처신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지낸다. 많은 사람이 모두 각자의 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은 좋은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모습은 적당한 감추고 싶은 것이다. 상대를 속인다는 의미보다 부족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가면은 좀 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마음으로 살 수 있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라는 표리부동(表裏不同) 말도 있다. 불완전한 인간이 어찌 마음과 행동이, 말과 행동이 완전히 하나로 일치하여 살 수 있을까? 불가능할 뿐만 아니고 그리 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적당히 감추는 것이 예의고 마음 편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하지 않던가. 우린 다양한 이유로 진심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보일락 말락 숨겨놓는다. 속이기 위해 악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본성이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알면서 속는다라는 말과 같이 가면 속에 적당히 숨겨져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니.

가면이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가면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절대 존재하지도 않고, 그런 사람과는 절대로 행복한 만남을 할 수 없다. 부담 백배의 사람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가면으로 포장된 언어와 행동이 세상의 색채를 풍부하게 만들어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정도의 차이다. 여자들의 화장과 분장 수준과 같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 삶에 적합한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실제 모든 사람이 자신에 적합한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자신을 부지런히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化粧)과 분장이다. 화장은 색을 칠해서 자신의 것이 아닌 낯선 아름다움을 끌어들이는 기술이라 치부해도, 좀 더 젊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화장하는 여자(남자)들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화장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화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여자의 화장은 성적 매력을 발휘하여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 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여자의 화장은 남자와는 별 상관이 없단다. 설문에 따르면 오히려 다른 여자들 때문에 화장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자들보다 더 멋지게 보이려고 화장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더 이상 남자를 위해 화장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여자에게 화장은 연기자의 분장과 비슷하다. 어느 장소에 가느냐에 맞춰 화장의 톤을 결정하고, 입을 옷에 따라 색조를 결정할 뿐이다. 거기에 남자는 끼어들지 못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지는 얘기지만, 결국 여자들끼리 예쁘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경쟁은 남자들에게 잘 보여 선택받고 싶은 마음이 가면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람은 사회 활동을 하는 한 누구나 다양한 사회적 가면을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깊은 관계 맺기를 희망한다면 때로는 가면을 내려놓고 자신의 약한 모습, 아이같이 편한 모습, 진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상대도 어렵지 않게 자기 가면을 내려놓는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기 가면 뒤에 있는 실제의 모습을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면으로 포장된 허위와 가식을 벗겨내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 가면 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는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면 뒤에 숨어 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순수하고 자유롭고 진짜의 내가 되어 살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가면을 벗어 던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삶의 큰 행복이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 주는 사람, 격려해주는 사람, 진정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모두 벗어 던져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 하나 만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다. 그런 사람이 나를 살리고, 불안한 세상에서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가면이 필요 없는 당신이 나의 희망이다.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모든 거짓된 가면을 벗겨내고 자신의 참모습을 사랑해야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고 타인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 나의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내면의 모습을 대면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경에도 오른손일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익명의 선행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면 더욱 좋겠다. 누군가를 속이고 해치기 위한 가면을 벗고자신에게는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격려가 되는 가면으로 무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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