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41
‘문화(文化)’란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형태로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文(글월 문)은 아프리카 수렵채집인과 같이 사람의 가슴에 문신을 새겨 넣는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글자로 ‘글월(문자, 글, 편지 등)’을 뜻한다. 化(될 화)의 오른쪽의 匕(비수 비)는 人(사람 인)을 거꾸로 쓴 것이 변한 것이다. 결국 두 개의 人이 합쳐진 글자로 ‘되다’, ‘변화’를 뜻한다.
발음과 어감이 비슷한 ‘문명(文明)’이란 말이 있는데, 인간이 그려서(文) 변화(化)시키는 것을 문화(文化)라면, 문화적 활동의 결과를 문명(文明)이라 한다. 문화와 문명은 발음과 어감이 비슷하여 개념적으로 혼동되는 경우가 잦다. 문화란 인류에게서만 볼 수 있는 사유, 행동 양식으로, 학습을 통하여 소속 사회로부터 습득하고 전달받은 것 전체를 말하지만, 문명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 결과(형태)를 말한다. 문명은 문화 속에 포함된 부분집합이다. 즉, 문명 없는 문화는 있지만, 문화 없는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는 자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들이 습득하고, 공유하며, 전달하는 일종의 생활양식으로,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 문명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생활과 비교해, 인류가 이룩하고 발전시킨 보다 세련된 삶의 형태이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 자연 사물에는 문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인위적인 사물이나 현상이라면 어떤 것이든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무난하다.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자연에 대립하는 말이라 할 수 있고, 인류가 진화하면서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말이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산물이다. 문화를 인간 집단의 모든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화인, 문화생활과 같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문화’는 ‘편리한, 세련된, 지적인, 발전된’ 것을 뜻하는 좁은 의미의 문화이고, 사회학에서 다루는 넓은 의미의 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이 가지는 생활양식 전부를 말한다.
학자들도 문화의 의미를 다양하게 정의했는데, 대표적으로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는 ‘문화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이다.’라고 정의했다. 네덜란드의 반 퍼거슨은 넓은 의미의 문화와 좁은 의미의 문화로 분류하고, 좁은 의미의 문화는 정신적인 것, 넓은 의미의 문화는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이라 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문화를 예술과 예술적 활동으로써의 문화, 삶의 방식으로써의 문화, 과정과 발전으로써의 문화로 구분했다. 테리 이글턴의 <문화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문화는 (1)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 전체 (2)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 (3) 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 관습, 신념, 상징적 실천들 (4) 총체적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문화는 사람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 낸 모든 것들이고, 잘 살기 위해 그런 것들을 지키고 또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 이렇게 문화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문화는 일단 확립되면 자체의 생명을 가지게 되며, 인간이 사회 속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특정한 사회와 지역의 문화로 생성되고 발전하며 전달되면서 인류의 생존에 이바지한다. 이런 문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문화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들이다. 형체가 있는 건물, 의복, 기구, 예술품 등으로부터 형체가 없는 법, 제도, 종교, 도덕, 가치관 등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둘째, 문화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들이다. 각 지역에 맞는 농업, 어업, 목축업 등과 같은 문화를 발달시킨다. 셋째, 사람들은 문화를 지키고 전달한다. 그것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다. 넷째, 문화는 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된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만나게 되면 ‘나의 문화’ 기준으로 그 문화가 틀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문화의 구분은 의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의 영역이 매우 넓고, 구분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우선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에 따라 구분하는데, 집단을 나누는 기준이 국가, 성, 세대, 계급, 인종, 직업 등 다양하며 집단마다 독특한 자기 문화를 공유한다. 이런 하위집단의 문화를 하위문화(subculture)라 한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속성을 갖느냐에 따라 물질 문화와 정신 문화로 나누기도 하고, 문화의 심미적 수준에 따라 고급문화(High Culture)와 저급문화(Low Culture)를 구분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들이 똑같은 가치와 권위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강한 집단의 문화는 강한 힘을 갖고, 약한 집단의 문화는 강한 문화에 의해 억압과 차별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지배 문화와 피지배 문화가 생겨나고, 피지배 문화가 지배 문화에 저항하는 저항 문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주도적으로 문화적 활동을 하는 나라는 문화 선진국,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문화적 활동의 결과를 수용하는 나라를 문화 후진국이라 말하기도 한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를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고, 사회의 질서와 규범, 가치를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어진 문화를 거부하거나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는 억압이 가해지지만, 주어진 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문화가 변화한다. 문화가 변화하면 그만큼 사회도 변화하는 것이다. 결국 문화는 기존의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를 교육함으로써 사회를 재생산하지만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문화에 순응하게 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기능을 한다.
문화 변동은 한순간에 급속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지속적으로 천천히 변화한다. 이러한 문화 변동 과정에서 기존 문화와 새롭게 출현한 문화 간의 모순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물질 문화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문화가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 지체(cultural lag)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제도와 의식은 미처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화 지체 현상이 있을 때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모습으로 살기 좋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문화가 형성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가장 건강하고 강한 사회는 믿음(신뢰)으로 굴러가는 사회다. 학연, 지연, 혈연 등과 같은 끼리끼리 문화는 부패 사회의 첫걸음이다. 좋은 문화는 계승 발전시키고,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문화는 청산하는 것이 미래 세대에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길이다.
행복해지는 비법 중의 하나가 돈으로 소유보다 경험을, 이야깃거리를, 시간을 사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회를 가고, 영화관에 가고, 서점을 가고, 여행을 간다. 이 모든 것이 문화의 산물이다. 한 마디로 돈으로 문화를 사면 행복해진다는 말이다. 명품을 사는 데 돈을 낭비하지 말고, 다양한 명품 문화를 구매해서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