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04
‘천국(天國)’의 본뜻은 ‘하늘나라’라는 말이다. 하늘나라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인류 시초의 발원지인 에덴동산에서 시작되었다. 에덴이란 말은 수메르어 ‘에딘(에딘나)’이라는 파라다이스의 뜻을 가진 말에서 나왔고, 이후 ‘에딘나’라는 단어가 성서에서 ‘에덴’으로 차용되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니 인류 최초의 천국은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공간인 ‘에덴동산’인 것이다.
“죽음은 전혀 비극적인 것이 없네. 아무도 죽음이 무엇인지 몰라. 어쩌면 선일 수도 있네.”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을 때 제자들이 찾아와 탈옥을 권유하자 했다는 말이다. 천국은 사후 세계의 일이기에 늘 함께하는 것이 죽음이다. 물리적으로야 죽음이 어떤 상태인지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도 사후 세계를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의 ‘어쩌면 선일 수 있다’라는 말은 천국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잉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가끔은 사람의 영생을 상상해볼 때가 있다.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정말 끔찍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천국은 이승을 끔찍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저승에서 영생을 꿈꿀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천국을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분야가 종교이다. 종교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부활과 연결되어 사후 세계가 존재하고, 특정한 조건을 갖추면 갈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성서에는 천국의 존재, 위치, 모습에 대한 구절이 수없이 많다. 그만큼 천국이 종교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의 도구란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천국, 극락 등은 똑같은 내세를 약속하는 장소이지만, 사실 천국은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우리들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세상이다. 종교인이 들으면 분기탱천할 일이겠지만, 천국은 종교가 인간의 나약한 마을을 혹하여 꼬드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무기로 사용된다. 종교가 지속되는 힘이 천국이며, 천국과 극락이 없다면 종교가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천국은 있는가? 없는가? 이 철학적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죽게 되어 있고, 사(死)후에는 심판이 있으며, 천국 또는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믿는다. 천국과 지옥은 성서에 언급된 대로 반드시 존재하며, 많은 종교인이나 임사 체험자의 증언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비 종교인이나 일반인은 임사 체험자가 온전한 인간의 정상 상태가 아니기에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절대 영원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부활과 영생을 추구하는 유일한 수단이 사후 세계의 천국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수많은 신을 만들어 흔들리는 마음을 기대고 있고, 영원하지 못한 육체를 천국에 맡기고 있다.
천국 하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중세 루터 시대 교회의 천국으로 가는 티켓으로 유명한 ‘면죄부(免罪符)’ 판매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천국행 입국 비자랄까? 교회는 내세에서 영원한 저주를 구원해 줄 수 있는 투수로 면죄부를 등판시킨 것이다. ‘모금함에 동전이 짤랑하고 떨어지는 순간 영혼은 연옥에서 천국으로 날아오른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그 폐해가 얼마나 심했던 것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수많은 돈을 끌어모으는 제안이 의심스러웠던 루터는 구원에 이르는 길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믿음으로 종교개혁에 불을 지폈고, 천국으로 가는 다른 길을 찾을 것을 촉구하게 되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이 두 질문에 종교인은 전자를, 비 종교인은 후자를 믿는 편이다. 진실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해도 신이 인간을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고,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 해도 신이 인간을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천국을 종교적 의미로써 저 구름 위 하늘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되고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것이 우리 각자의 삶에 가장 소중한 보화인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천국이다. 진정한 천국은 삶의 중요한 우선순위를 아는 지혜이며,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천국은 죽음을 인식하고 사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사후 세계를 지칭하는 단어로서 시공간의 개념을 넘어서는 어떤 것일 수 있다. 천국은 죽은 뒤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오늘을 내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며, 가족과 친구, 이웃과 심지어는 원수까지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두 발을 굳건히 밟고 있는 바로 여기가 천국이다. 즐겁고 좋은 마음으로 가는 곳이 천국이고, 괴롭고 싫은 마음으로 가는 곳이 지옥이다.
존재하지 않는 천국을 찾지 말고, 지금 내가 가는 곳을 천국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 회사원은 천국으로 출근하고, 학생은 천국으로 등교하고, 하루를 마치면 천국으로 돌아와 천국에서 잠을 자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길 희망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살아서 천국을 보는 유일한 길이다. 이생이 천국이어야 전생도 천국이고 내생도 천국이다. 육체의 천국 보다 마음의 천국을, 죽어서 천국 보다 살아서 천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