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06
‘애인(愛人)’의 뜻은 그 속에 숨겨진 오묘한 의미와 감정까지는 몰라도, 일반적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애인(愛人)’은 사랑하는 사람. 특히 깊게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말한다. 같은 의미로 ‘연인(戀人)’을 쓰기도 하지만, 연인은 커플과 비슷하게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애인과 연인은 사랑의 깊이 차이가 있고, 연인은 서로 사랑하는 친밀관계의 사람을 말하며 부부관계에 있는 사람은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중국에서는 애인은 남편이나 아내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결혼한 중국인이 ‘애인’ 데려온다고 하면 당황하지 마라. 불륜이 아니라 배우자를 데려온다는 말이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애인이 불륜 상대를 지목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당연히 ‘애인 있어요?’란 질문을 할 때, 미혼자일 때는 이성친구가 있느냐고 가볍게 물어볼 수 있지만, 기혼자에게 사용할 때는 유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이 너무 흔하고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 애인도 그 무게감은 가벼워졌지만, 애인 앞에서 가슴이 쿵쾅거리고 설레지 않을 사람도 없다.
한 가지 더 뜻을 짚어보면 공자(孔子)의 ‘애인(愛人)’ 사상이다. ‘사람을 사랑하라’라는 뜻으로 ‘인(仁)’ 사상의 핵심이다. 공자의 논어(論語)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군자(君子)와 인(仁)인데, 군자와 인을 실천하는 중심이 애인(愛人)이다. 유교의 중심을 흐르는 가장 큰 핵심이 사람을 사랑하는 애인 사상이라는 말이다. ‘사람을 사랑하라’ 인간 삶에 영원하고 놀랄만한 경구가 아닌가.
세상을 살다 보면 때에 따라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안 보면 못 살 것 같은 사람 하나씩은 꼭 가슴에 넣고 살게 된다. 부모, 배우자, 자식, 이성 등 모두 시기는 다르지만 한 번씩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나도 한 번쯤은 누군가의 가슴속 애인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 제일은 이성 애인 자리가 아닐까. 연애 달인들이야 수없이 여러 번일 수 있지만, 연애 숙맥들은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간절했게 그 애인이란 자리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애인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면 어느 정도의 ‘신경 끄기’ 기술이 필수적이다. 거절을 견뎌내는 괴로움, 성적 긴장감,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받아들여야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멋진 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것이다. 부족함을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아야 하는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애인이 너무 자유롭다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사랑해줄 거라 구속하려고 하면, 그 순간 사랑이 식어버리는 것이다. 애인에게서 자유를 뺏는 순간 사랑도 식고 애인도 잃는 우를 범하게 된다. ‘아름다운 구속’이라 포장하지만 절대 구속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소유 욕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나서야 후회해본들 소용없다.
그렇다고 애인과 이별을 너무 슬퍼하거나 가슴 아파하지 말라. 애인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애인과 함께했던 아름답고 가슴 떨리던 세상은 그대로 남아있으리니. 그 이별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연애에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사랑은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이니 마음에 쏙 드는 다른 애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의 연애보다 다른 일에 더 집중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모든 선남선녀의 로망이 애인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늘 부족하고, 아쉽고, 그립고, 아프고, 보고픈 것은 기본이다. 한 사람만 보는 장님이 될 수도, 한 사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한 사람의 묘약에 취한 중독자자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증보다 더한 장애인이 아닌가? 평생 완치되기 싫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애인이지만. 이렇게 애인이란 존재는 자나 깨나 눈, 머리, 가슴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속삭임도 늘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떠나지 못합니다. 아니 안 떠나는 것입니다. 구름은 하늘을 떠나지 못하고, 물고기는 물을 떠나지 못하듯 나는 너를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있는 이런 사람 하나 가지고 사는 것도, 한 사람의 가슴에 빼지 못한 대못으로 박혀 사는 것도 괜찮은 인생이다. 눈꽃 같은 사랑이 그대 가슴에 쏟아지기를, 꽃눈 같은 사랑이 그대 가슴에 움트기를 희망하며 그대가 사무치게 그리운 동지섣달 기나긴 겨울밤을 견디는 힘이 생긴다. 실패할까 미리 도망치지 말고, 무모한 사랑도, 처절한 사랑도, 목숨 거는 사랑도 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미래 희망의 사랑이 올 테니.
마주하면 100% 돌아서면 0%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애인이라지만, 마주하면 100% 돌아서도 100%인 애인이 찐 애인이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늘 기대와 희망으로 황홀하다. 그대 반짝이는 별빛 같은 눈길, 노을보다 더 붉은 그대 마음 받아보고 싶은 것이다. 빨간 그대 입술 덮어오고, 하늘거리는 그대가 안겨 오면 죽기 아니면 살기다. 삶의 이보다 강력한 엔돌핀이 어디 있을까.
꿈! 자유! 사랑! 우리의 영혼을 영원한 맑음으로 만들어주고, 진정 즐겁고 행복한 삶의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추구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이 이 세 가지를 얻기 위해서라면 다른 모두를 버리는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아닌가. 이 세 가지가 함께 버무려져 하나인 존재가 애인이다. 애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만큼 건강에 유익한 것도 없다.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마음에서 나오듯, 사랑에 빠진 사람은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몸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사는 비책은 안정된 애정 관계와 두터운 우정을 간직하고 죽는 날까지 사는 것이 아닐까?
진정 사랑하는 애인은 추억이거나 축복, 둘 중의 하나~!
영원한 희망 사항 하나~!, ‘저 애인 있어요. 부럽죠?’
[애인~!, 내 손에 남아있는 그 하나의 존재]
무엇인지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없으면 안 될 것 같고/없으면 못 살 것 같고/없으면 죽을 것 같은 그런 존재!//봐도 봐도 가슴에선 채워지지 않고/봐도 봐도 눈에선 지워지지 않고/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존재!//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이 공평한 세상이지만/하나를 얻는 것으로 인해 모두를 잃어도 비길만한 존재!//둘 중 하나를 뽑아도/열 중 하나를 뽑아도/백 중 하나를 뽑아도 뽑히는 그 하나의 존재!//둘 중 하나를 버려도/열 중 아홉을 버려도/백 중 아흔아홉을 버려도 남아있는 그 하나의 존재!//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계약은 법률적 효력이 없다지만/그 계약만은 꼭 해 놓아야 안심이 될 것 같은 존재!//한 번도 내 곁을 떠나본 적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그래서 차츰차츰 삶의 전부가 되어가는 존재!/내가 그대이고 그대가 나인 존재!/내 존재보다 더 소중한 존재!/그래서 둘이 하나인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