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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l 09. 2022

08. ‘변화(變化)’의 의미

삶은 의미다 - 08

변화(變化)’는 사물의 성질모양상태 등이 바뀌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變(변할 변)은 ‘바뀌다’, ‘변(變)하다’를 뜻하고 䜌(끊어지지 않을 련)과 攵(칠 복)이 합한 글자다. 化(될 화)는 ‘되다’라는 뜻으로 오른쪽의 匕(비수 비)는 人(사람 인)을 거꾸로 쓴 것이 변한 것이다.

우리가 절에 가면 스님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상(相)을 짓지 말라.’는 말을 한다. ()은 멈춘 것이란 뜻이다. 한 생각, 한 욕망, 한 관점에 멈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상을 짓지 말라’는 것은 멈추지 말고 변화를 수용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변화는 모양만 변하는 것으로, 외관상 변한 결과가 눈에 보이는 ‘보통 변화라 할 수 있다. 화학적 변화는 모양과 성질이 모두 변하는 것으로, 외관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면, 성질까지 모두 변하는 ‘진짜 변화라 할 수 있다. 나무의 모양을 바꾸어 책상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 변화, 나무의 모양과 성질을 바꾸어 종이를 만드는 것은 화학적 변화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눈에 보이는 외양이나 나타나는 행동의 변화는 물리적 변화라 할 수 있고, 외양과 행동뿐만 아니라 성격과 마음 모두 변하는 것을 화학적 변화라 할 것이다. 한편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화이팅~!’하는 것은 ‘가짜 변화라 한다.

프라나브 미스트리의 나에게는 변화한다라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은변함없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는 말과 동격이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뀌고, 권력은 이동하고, 기회가 생겨난다. 이렇게 사회는 쉴 새 없이 진화 중이고, 세상의 본질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뭔가 새로운 것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변화하여 적응하면 살아남고그렇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불교에서 ‘무상(無常)’이란 말이 있다. 우리는 무상이라 말을 인생무상과 같이 허무하다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본래 의미는 좀 다르다. 무상은 일체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여 한순간도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불교의 근본 교리다.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의 진리이다. 무상에는 모든 만물은 변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인간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변하니 고통스러운 것이다.

변화의 주체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인간, 자연, 지구, 우주 등 모두이다. 하지만 지구촌에서 변화의 핵심은 자연과 사람이 아닐까. 먼저 자연계의 변화를 찾아보자. 자연의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된 것이 적자생존(適者生存)이다. 생물의 생존경쟁 결과,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는 현상으로 스펜서(Spencer, H.)에 의하여 처음 사용되고, 다윈(Darwin, C. R.)이 《종(種)의 기원》에서 확립한 말이다. 자연 변화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다윈의 진화론이다. 그 시대에 모든 것은 변한다(Everything change)는 것은 영원을 갈망하던 인간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특히 영생을 추구하는 종교계에서. 하지만 지금 진화론은 자연 변화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존의 기본이기도 하다. 

다음은 우리 인간의 변화를 여러 방면에서 살펴보자. 첫째가 행복의 전제조건은 변화라는 것이다우리는 언제나 삶의 변화에서 특별한 자극을 느끼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안정되고 변함없으면서 동시에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도 충족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지, 소유하고 익숙해지면 행복은 홀연히 사라진다. 반면 가장 소중한 것들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변하지 않고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들에 젊음, 사랑하는 마음, 좋은 습관 등 지금 최고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더없이 좋은 것의 변화란 더 나빠지기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 가족, 부, 권력 등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없이 좋고 사랑하던 마음도, 건강도, 부와 권력도 변하는 건 마찬가지다. 

변화 중에 가장 서글픈 것이 나이 들어 육체가 변하는 것이다. 영원한 젊음이 없다는 것쯤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백발의 머리, 윤기와 탄력을 잃은 피부, 가물가물한 눈, 부실한 치아, 퇴화하는 근육, 희미하게 들리는 귀, 늘어가는 주름살과 뱃살, 깜박깜박하는 기억력, 떨어지는 운동능력과 성욕, 떨리는 손발 등 그 밖의 호르몬 변화에 따른 노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서글프다. 인간만이 영생은 없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사는 유일한 동물이라지만, 나이 들어 몸을 손님처럼 잘 대접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오는 세월 막을 수 없으니지혜경륜마음의 여유남아도는 시간 등 나이 들어 좋은 점을 찾으며 사는 것이 노년 행복의 지름길이다.

또 하나, 우리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특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이 변할 때 뼈저리게 가슴 아프고, 배신감에 치를 떤다. 원래 마음은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는 게 문제다. 원래 마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이다. 내 마음도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타인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사는 어리석음이라니, 꿈에서 깨자. 변할 것이 뻔한 타인의 마음에 목매달고 살지 맙시다. 영원한 마음을 믿지 말고 변하는 마음을 믿으시기를~!

변화를 논하면서 정치적 진보와 보수를 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변화보수는 안정이라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정치적 성향으로 보수와 진보가 있고, 계층 간에도 보수와 진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변화를 바라는 젊은 사람들은 진보로 성장하다가, 나이가 들면 다수가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로 변한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 중 무엇이 좋다고 할 수 없고, 변화와 안정 두 가지 목표가 적절한 통합을 이루어 견제와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이 이상적인 국가발전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을 볼 때 아쉬운 점은 진보는 진보답게 보수는 보수답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이름만 있을 뿐, 모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입고 있는 겉옷에 불과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나라가 잘되려면 나랏일을 결정하는 정치인이 가장 애국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진정한 애국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고 애국 국민만 보인다위대한 우리 국민을 위하여 박수를 보낸다.

살면서 내가 상대를 변화시킬 수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주변에는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빚어지는 불협화음이 가득하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상사와 부하 사이 등에서 빚어지는 갈등 대부분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내가 변하는 것이 답이다. 상대의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 중에 자신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고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것을 바꾸어 준다고 말하지만실제로는 당신 자신이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내가 변해야 상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모든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변화 속에 살면서도 한편으론 변화를 거부하기도, 다른 한편으론 변화를 추구하기도 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인간의 삶에 변화가 없었다면 역사도, 예술도 없었고,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한 행동도 없을 것이다. 또한 변화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내일이 기대되는 것 역시 오늘과 다른 모습의 내일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변화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존재는 변한다는 사실이 딜레마이다. 삶의 변화와 혁신은 일상의 ‘익숙함’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삶은 떠나보지 않으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평생 알 수 없고노력해보지 않으면 자기 능력도 영영 알 수 없다. 부디 익숙함과 감각적인 습관에서 탈출하여 할 수 없다를 할 수 있다로 변화시키며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하기를~!. 변화는 있어도 변함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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