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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l 16. 2022

10. ‘결혼(結婚)’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0

결혼(結婚)’ 또는 혼인(婚姻)’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의례이자 계약을 일컫는다. ‘결(結)’은 糸(실 사)와 吉(길할 길)이 합쳐서 ‘길하게 맺는다’라는 뜻이다. 반면 ‘혼(婚)’은 女(계집 녀)와 昏(어두울 혼)이 합쳐서 ‘혼인하다’의 뜻인데, 여자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역사가 이루어지는 밤으로 들어가 맺어주는 것이 혼인이란 말인가. 아니면 길(吉)하면서도 어려움이 숨겨진 황혼의 길로 걸어간다는 속뜻이 있는 것인가? 결혼은 사회적 구속력을 가지기에 동거나 연인 관계와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결혼하면 기혼자(남자는 유부남, 여자는 유부녀)로 바뀌게 된다. 인간 사회에서는 결혼을 통해서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생기기 때문에 예로부터 매우 중요시되었다.

결혼한다는 말로 남자는 장가들다여자는 시집가다라는 말과 함께 쓰고 있지만, 이 둘은 근본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장가들다라는 말은 남자가 결혼하여 장인 장모가 사는 집즉 장가(丈家)’로 들어가서 산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모계사회였고,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 일정 기간 여자의 집에 들어가서 살았던 고구려 시대의 서옥제(壻屋制)’에서 시작된다. 서옥제는 남자가 혼인 후 일정 기간 처가에서 살다가 남자 집으로 돌아와 사는 혼인풍속이다. 고구려에서는 남녀 간에 혼담이 이루어지면 여자 집에서는 본채 뒤편에 서옥(壻屋)이라 불리는 작은 집을 짓고, 장인의 허락을 얻어 신부와 함께 지내도록 한다. 이후 이들이 아이를 낳아 장성하면 새 가족이 남자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풍습이다. 서옥에 사는 동안 사위가 장기간 처가에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므로 일종의 봉사혼(奉仕婚) 제도이다. 이러한 모계 중심의 결혼제도와 풍습은 조선 초기까지 이어지다가 임진왜란 이후 오늘날과 같은 부계 중심의 혼인문화가 정착되었다. 조선 후기 부계 중심의 혼인문화가 시작되면서 여자가 ‘시집가다’로 바뀌었다. 시집가다는 여자가 결혼하면 자기가 살던 친정집을 떠나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사는 시집으로 가서 산다는 의미이다.

결혼으로 인한 부부 형태에 따라 모노가미(Monogamy, 일부일처제), 폴리가미(Polygamy, 일부다처제 또는 일처다부제), 폴리아모리(polyamory, 다부다처제)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모노가미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수천 년 동안 폴리가미가 보편적인 부부 형태였다. 아직도 이슬람 사회와 일부 원시 부족에서는 여전히 합법이다. 폴리아모리는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폴리가미가 일대다의 결혼제도라면, 폴리아모리는 비독점적 다자연애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일부일처제는 힘세고 돈 많은 남자, 혹은 예쁜 여자가 배우자를 독점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훌륭한 결혼제도다. 현대 사회에서 일부일처제의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평생 오직 한 번만 결혼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 되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5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해야 하는 100세 시대에는 결혼을 세 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혼의 유효기간이 15년 정도로 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을 고려할 때 가장 적당하다고 보고, 세 번 결혼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일부일처제는 평균수명이 50세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100세 기준으로 윤리․도덕적 기준도 모두 바뀌어야 한단다. 15년 정도에 한 번씩 바꿔 세 번 결혼하되, 연속적 일부일처제가 가장 현실적인 결혼제도라 한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의 사회에선 세 번 결혼하는 사람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걸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중년 여성들에게 앞으로 50년을 지금의 남편과 더 살라고 하면대부분은 차라리 고독사하겠다고 데모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의 성적 성향이 다양함에서 오는 특별한 결혼 형태들도 있다. 동성결혼, 근친혼(신라시대의 왕위 계승을 위한 골족(성골과 진골) 결혼은 대부분 근친혼), 정략결혼, 셀프결혼(자신과 결혼), 오픈결혼(부부가 상대에게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까지 허락한다는 계약 상태에서 하는 결혼), 강제 결혼 등 아직 합법화되지 않은 형태까지 나오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현실을 강조하며 사랑보다는 조건을 따지는 게 요즘 결혼 양상이다. 결혼으로 인하여 어떠한 현실적 이득을 볼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고려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여자들이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를 선호하고,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현상은 현재도 없어지지 않고 있고,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중에 하나다. 특히 본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요소에 더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조건으로 중요하게 따지는 것들이 대부분 겉치레일 경우가 많은데, 겉치레는 언제든지 벗어던질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조건이 사라지면 결혼생활도 힘들어지고 결국에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명심보감에 혼인의 일에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이다.(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라는 말이 있다. 돈 많은 배우자를 고르려 한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고 장삿속이라는 얘기다. 행복의 조건으로 돈은 어느 정도까지 필요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사회적 정설이다. 사회가족 등 다른 사람의 시선에 따라 결혼을 선택하지 말고자기 눈으로 선택하는 결혼이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가수 백지영이 결혼하고 달라진 점은 한 집에 둘이 사는 것좋은 점도 한 집에 둘이 사는 것나쁜 점도 한 집에 둘이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결혼은 해도 후회안 해도 후회라는 시쳇말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오죽하면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도 있지 않은가? 한집에 사는 것이 좋은 것은 결혼을 안 해서 후회되고, 한집에 사는 것이 나쁜 것은 결혼을 해서 후회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이 장단점이 섞여 있는 것이니 결혼이라고 예외일까?

행복한 결혼생활은 서로 절실한 마음이 오고 가야 한다. 서로를 무조건 바꾸려고 하는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견디기 어렵다. 상대가 바뀌지도 않을뿐더러 불행한 결혼생활의 시작이고 가정을 지옥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내가 바뀌고상대에게는 맞춰주는 것이 답이다. 결혼의 최대 착각은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믿음이다. 한 집에서 몸을 섞으며 함께 살고 있으니 당연히 서로가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성별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른데 어찌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일심동체라는 믿음을 버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백년해로(百年偕老)할 것이다

결혼은 좋은 점도 많다. 출산과 육아를 잘 하여 후손을 확보함으로써 가문을 보존하고 재산을 지켜주며, 사회적 인식과 복지 혜택에서 유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독신자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결혼생활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과정에서 책임감과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는 것은 진정한 행복 중의 하나이다. 무거운 책임감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결혼으로 관계를 인정받고 각종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한쪽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다른 한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큰 혜택이다.

결혼은 하든 안 하든 자유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데, 해보고 후회하는 길이 좀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겉치레를 찾아가지 말고 상대에 맞추어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에 골인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시길~!

노파심(老婆心) 하나 더~!, 결혼할 때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는데살아보니 이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고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화려한 싱글, 자유로의 귀환인 ‘이혼(離婚)의 의미’는 다음에)

          

[결혼과 연애의 차이점]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고, 연애는 유효기간이 없다./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고, 연애라는 것은 한 사람을 완전히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결혼은 내 것이 분명한데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연애는 내 것이 아닌데 점점 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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