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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l 20. 2022

11. ‘관찰(觀察)’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1

관찰(觀察)’은 사물의 현상이나 동태 따위를 주의하여 잘 살펴보는 것이다. 察(살필 찰)은 집(宀)아래 고기 육(肉)과 손 우(又), 제단을 뜻하는 시(示)가 합쳐진 글자다. 제사상에 있는 고기가 제대로 놓여 있는지 자세하게 살핀다는 뜻이다. 집이 제사지 낼 수 있는 상태인지 꼼꼼히 살피다라는 의미에서 ‘살피다’, ‘조사하다’ 등의 뜻을 가졌다. 觀(볼 관)은 뜻을 나타내는 見(볼 견)과 음을 나타내는 雚(황새 관)을 합한 글자다. 또한 본다는 건 目(눈 목)에 人(사람 인)이 결합한 한자로 사람 눈으로 보는 것이다. 황새처럼 높은 곳에서 전체를 잘 본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보는 것에는 관찰과 주목(注目), 두 가지가 있다. 관찰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고, 주목은 선생님이나 강의자의 시선을 모으라는 요청으로 남이 보라는 것을 보는 것이다. 똑같이 보는 행위지만 자의냐 타의냐의 극명한 차이가 있다. 남이 보라는 곳을 보고 사는 주목하는 삶보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관찰하는 삶이 당연히 이상적일 것이다.

관찰하는 인간이다. 보이는 것을 보고, 보고 싶은 것은 보고, 모든 사물을 보면서 산다. 일상에서 관찰이라는 눈의 스위치를 켜는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이 끌리는 관심(關心)이 있어야 본다. 관심은 관찰의 에너지다. 관찰은 주체적으로 자세히 보는 것이다. 보는 것은 곧 아는 것이다. (Seeing is believing)’란 말도 있다. 영어의 ‘see’는 ‘본다’라는 뜻이고, ‘I see’는 ‘나는 안다’라는 뜻이다. 본다는 말속에 ‘관찰하여 안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기술, 지식 등의 총체적 능력을 핵심 역량이라 한다. 분야마다 좀 다르지만 미래 세대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을 4C 능력[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이라 하는데, 본질적인 핵심 역량을 키우는 기초가 되는 것이 ‘관찰’이다. 관찰을 통하여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며 창조하는 것이다. 

모든 능력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관찰을 살펴보기로 하자. 관찰을 통해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 원리 창조의 출발이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발견된 대부분 ‘원리’라는 생각의 도구는 면밀한 관찰과 치밀한 사고를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원리를 만들어낸 위대한 사람들은, 그가 천재이든 아니든 모두 열정적 관찰자들이다. 자연과 사회에 관한 지식은 시간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지속해서 관찰함으로써 유사성을 발견하고, 반복되는 패턴으로부터 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떨어지는 사과에 머리를 두들겨 맞고 나서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겨 떨어뜨린다는 만유인력(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나, 목욕탕에서 넘쳐흐르는 물을 보고 무게는 같더라도 부피가 다를 수 있다는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모두 관찰이 통찰로 이어진 유레카(알아냈다)들이다.

모든 예술 분야 역시 관찰이 기본 소양이다. 관심이 있어 보게 되고, 본 것을 그리고, 쓰고, 노래하는 것이다. 그중에도 관찰의 달인들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다. 남다른 관찰력이 없으면 화가가 될 수 없다. 어떤 사물이든 주의 깊고, 자세하게 보는 능력이 화가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그래 ‘그리지 못한 것은 보지 못한 것’이란 말도 있다. 화가는 한 발 더 나가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본 것을 재창조하는 수준이다.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을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갖춘 화가가 위대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소설이든 시든 글쓰기에 표현된 것은 세상과 자연을 자세하게 관찰한 것들이다. 사물을 표현하는 능력이 어디서 오겠는가? 실감 나게 표현하려면 자세하게 봐야 가능한 것이다. 사물의 내부에 감춰진 부분과 성질까지 꿰뚫어 보는 능력이 글쟁이의 기본 자질이다. 연구=관찰글쓰기=관찰그리기=관찰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이렇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관찰로 이루어지고관찰의 정도에 따라 일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관찰에 대해 믿거나 말거나 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인간 수컷들이 아무 때나 암컷과 결합하려는 욕구가 생긴 이유가, 인간의 직립보행으로 암컷들이 생식기를 가리면서 수컷들이 암컷의 생식기를 더 이상 직접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암컷들이 생리적으로 결합의 욕구를 느끼는 때(가임 기간)가 언제인지 알 수 없었던 수컷들은 아무 때나 교접을 요구하는 버릇이 생겼단다. 덕분에 인간은 섹스를 종족 번식 수단 외에 쾌락의 도구로 발전시킨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숨기고 가리는 행동이 수컷들에게 호기심을 일으켜, 수컷을 유혹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암컷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컷이든 암컷이든 보지 못하고 보여주지 않는 비밀의 정원에서 극치의 쾌감을 맛보는 극적인 반전이 아닌가

우리는 그리 많은 것을 보고 관찰하며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보는 만큼 일거수일투족을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우리가 사는 공간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차량용 블랙박스는 몸을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곳이 없음을 실감한다. 낮이나 밤이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하지만, 관찰당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것이 천만다행(千萬多幸)이다

우리는 많이 보고 많이 관찰할 수 있고,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매일 하늘을 보면서도 피어오르는 구름과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아름답다고 감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은 것을 보고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관찰의 힘은, 삶에 보는 만큼 풍부하고 감동을 주는 대단한 위력을 가졌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라. 

     

당신의 눈길을 애절하게 기다리는 감동을 줄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세상의 모든 사물을 볼 때마다 당신에게 감동이기를~!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여관찰의 달인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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