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03
‘연애(戀愛)’의 근본적 뜻은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연(戀)’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연정(戀情)이라 한다. 이 연정이 장차 상호 교감하는 마음으로 자라 서로 오가는 상태의 친밀한 감정으로 발전한다. 그러한 마음을 애정(愛情)이라고 한다.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써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의 로망인 연애는 그리움과 사랑의 대명사가 되었다. 또한 소설, 시, 음악, 미술, 영화 등의 수많은 문학과 예술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연애를 빼면 문학과 예술이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중에 아마도 으뜸이 연애소설이 아닐까?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소설 작품들이 연애를 다루고 있다. 또한 현대적인 성애를 다룬 가장 인기 있는 문학이 되었다. 연애소설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좋아하는 분야이다 보니 에로틱한 행위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연애소설의 90% 이상을 여성이 구매한다는 보고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유명한 고전소설 중에도 많은 연애소설이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연애를 주제로 쓰이고 있다. 스탕달의 “적과 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 등의 대표적인 고전적 연애소설은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중년들은 연애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함께 연애편지가 연상된다. 지금은 사랑 고백이 온라인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연애하고 싶은 이성의 가방이나 사물함에 연필에 침 바르며 꾹꾹 눌러쓴 손 편지 한 장쯤 넣어본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연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남자들은 군대에서 제일 받아보고 싶은 것이 연애편지 아니던가. 분대장을 통해 전달받은 연애편지를 내무반 분대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큰 소리로 낭독하던 경험과 함께.
연애의 기술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내 마음으로 끌어오기까지의 길고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어렵기에 ‘연애의 기술’이라는 많은 책이 나와 있고, 거기엔 용기 있는 고백, 상대에 대한 배려, 끊어지지 않을 만큼의 밀고 당기기 등에 대한 방법론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진실하고 변치 않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길이든 왕도는 없다. 특히 수시로 변하는 남녀의 애정전선에 어찌 맑음만 있으리오. 흐리면 흐린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둘이 우산을 잘 받들고 한 방향을 보며 뚝심 있게 걸어가는 것이 최선의 지름길이다. 이성은 쫓는 것이 아니라 유혹하는 것이 연애의 불문율이라는 것은 아는가?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연애하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것은 사람을 가장 많이 변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애하면 모든 중심이 나에게서 상대에게로 이동하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현명함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에 홀딱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면도 있을 테니 연애와 동시에 바보가 되는 것이다. 하긴 제정신을 가지고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시대이니 연애나 사랑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냥 연애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 듯.
연애를 이야기하면서 요즘의 젊은이들 연애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연애 예찬론이라 할 만큼 결혼은 하지 않고, 연애만 하면서 살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것은 아마 결혼을 가로막는 많은 여건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지만, 자유로운 연애시대도 한몫한다. “연애는 결혼의 새벽, 결혼은 연애의 황혼”이라는 말도 있다. 늘 부족하고 그리움으로 애틋해 하는 연애와는 달리, 결혼은 많은 현실적이 어려움에 부딪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연애는 사랑을 지속시키는 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연애는 함께할 때도, 함께 있다가 헤어져 각자 돌아서야 할 때도,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마음 붓기이기 때문이다. 늘 부족하기만 한데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결혼 전과 후를 회상해보면 그 사실이 더욱 선명해진다. 연애는 미완성, 결혼은 완성이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지치고 그만둘 때는 그것이 완성되고 채워지고 넘칠 때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연애는 이상 결혼은 현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 외치는 것이리라.
연애는 자유가 숨어있고 결혼은 구속이 숨어있다. 과거 연애가 결혼을 전제로 했던 중장년 세대와는 달리, 지금은 연애는 연애, 결혼은 결혼이다. 연애의 성공이 결혼이라는 생각도 구시대의 발상이다. 연애의 성공은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연애가 결혼에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우리에겐 그 연애가 좋았다면 아름다운 추억이고 나빴다면 좋은 경험으로 삶의 유용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나이 들어 양지바른 흔들의자에 앉아 햇빛 사냥하며 예쁜 추억으로 소환될지~! 자신의 진실한 사랑 감정에 충실하는 것으로 충분한 연애, 이별도 쿨하게 받아들이는 연애. 구속의 그림자를 지워버린 연애를 누리고 있는 MZ세대들이 부럽다. 미디어에서조차 ‘결혼 말고 동거’라는 프로그램을 내세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연애와 사랑에서 구속이라는 짐을 덜어낼까 고민하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요즘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행어가 연애로부터 태어난 ‘내로남불’이란 자식이다. 사랑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 불협화음을 비꼬는 용어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한마디로 부적절한 관계에서 자기가 사랑을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주 위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만을 주장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들을 비판할 때 자주 쓰인다. 내로남불과 뜻을 같이하는 한자 성어로 아전인수(我田引水),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있다. 같은 상황, 행위에 대해서 자신이 했을 때는 옳고, 남이 했을 때는 잘못한 것이라 비판하는 태도를 꼬집는 사자성어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면이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로남불 할 수 있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타인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나보다 타인을 아끼고 존중하는 이타(利他) 정신으로.
몸으로 막을 수 없는 세월 마음으로 막을 수 있고, 멀고 지겹기만 하던 출근길이 기대와 희망으로 바뀔 수 있고, 그 무엇으로 채워지지 않던 가슴을 새록새록 솟아나는 사랑으로 채울 수 있고, 누구도 살 수 없을 것 같던 삭막한 내 안에서 따뜻한 둥지를 틀어 한 사람만이라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고, 손잡고 눈 맞추고 뜨거운 입맞춤으로 원초적 본능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연애 예찬론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연애의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자연일 수도, 예술일 수도 있겠지만, 그 꽃은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연애의 의미에서 가장 핵심인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일 테니 ‘애인(愛人)’이란 단어가 아닐까. 왕의 남자에서 공길의 줄타기만큼 위험하고 치명적인 연애를 꿈꾸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생애 한 번만 최고의 여우 같은 애인 구해 꿈같이 사는 인간승리의 늑대가 되고 싶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 사항이겠지요.
연애든 사랑이든 꿈꾸는 자의 것이니 인간 승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