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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n 01. 2022

02. ‘관계(關係)’의 의미

삶은 의미다 - 02

관계(關係)’는 중국에서 관(關)자가 붙은 요새 지명을 연결해줌으로써 국토방위를 튼튼히 하던 것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나, 두 개의 사물이 연관을 가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변용되었다. 

여러 대상이 서로 연결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만,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또 있을까? 삶의 전부가 주위에 수없이 많은 씨줄과 날줄로 엮인 관계라 할 수 있다. 크게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부터 시작해 수많은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자, 자연과도 함께해야 할 자연적 동물이다. 이렇게 연결된 관계를 통하여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이 스스로 혼자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사람의 본질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인간(人間)’으로 명명되었다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人)’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간(間)’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단어 자체에 관계의 중요성이 포함된 것은 삶과 관계가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관계의 으뜸은 역시 인간관계일 것이다. 그렇기에 행복의 첫 번째 조건에 ‘좋은 인간관계’를 꼽는 것이리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때로는 각기 다른 시선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선다. 가깝게 가족, 친구, 동료부터 인터넷과 각종 커뮤니티의 발달로 인해 영역을 지구촌으로 넓혀, 지금은 가히 관계의 홍수 시대라 할 것이다. 전 세계 어느 장소, 시간을 초월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누가 이런 세상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행복의 원인도불행의 원인도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도모두 인간관계에서 시작되고 인간관계에서 끝난다.

심리학자 아들러에 의하면 인간에게 평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과제가 세 가지가 일의 과제친구의 과제사랑의 과제다. 이 과제를 잘 수행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과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일을 하든 친구를 사귀든 사랑하고 결혼을 하든, 모두 인간관계의 문제다. 인생 과제를 수행하고 해결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말은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며 살아간다는 말과 같다. 즉, 인생의 모든 문제는 결국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인간관계를 너무 잘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나라는 사람은 만인의 연인일 필요는 없다. 내가 모두의 마음을 맞춰줄 수 없듯, 모든 사람이 내 마음을 맞춰주지도 않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계 맺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계 홍수 시대에 중요한 관계만 남기고, 사소한 관계는 저절로 정리되는 계기가 된 것이 코로나 팬데믹의 역설이다. 인간의 접촉과 관계를 강제적으로 단절시킴으로서 관계의 정리 계기가 된 것이다. 사실 혼자 관계를 잠시 중단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움직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오래 앉아 있는 ‘멍때리기’ 대회가 있을 정도이니, 과도한 관계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 혼자 있는 시간은당하면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괴로움이고선택하면 자신 속에 고요히 머무는 고독이란 말도 있다. 과도한 관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좀 더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관계 중독이라는 말이 있는데, 흔히 여자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도 여기에 속한다. 관계가 끊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심지어 폭력에 학대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다. 주변에서는 미련하다며 상대방의 폭력을 비난하고 동정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관계를 잃으면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존재 의미를 두는 것이다. 스스로 삶을 영위해 나가지 못하고 관계에 너무 의존하는 성향이 불러오는 중독이다. 

관계란 의미를 찾으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국의 꽌시’ 문화이다. ‘꽌시’란 말은 ‘관계’라는 말과 같은 의미인데, 중국의 꽌시 문화는 일반적인 인간관계보다는 좀 더 이익을 우선시하는 관계 문화이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하나의 처세술처럼 여겨지고 있다. 꽌시 문화는 오래된 전통도 있지만 비뚤어진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어 부정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꽌시 문화 못잖은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연고주의가 있다.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공정한 경쟁이나 정당한 방법이 아닌, 지역, 학교, 가족의 출신에 따라 보이지 않는 이득을 누린다면 분명 옳지 않다. 일반적인 우호 관계를 도모하기보다는 이득을 챙기는 잘못된 문화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꽌시 문화나 우리나라의 연고주의 역시 부정적이고 불공정한 면을 청산해야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가 될 것이다.

원색적이지만 유튜브에서 ‘관계’를 검색하면 가장 빈번하게 떠오르는 화면이 성관계를 의미하는 영상들이다. 관계라는 말이 수많은 관계 중 유독 성관계 의미로 사용되는 이유가 인간의 가장 깊은 관계라는 뜻인가. 아니면 극치의 황홀한 관계라는 뜻인가? 종족 보존의 수단으로 인간을 지금까지 지구상의 지배자로 존재하게 하고, 강력한 육체적 쾌락과 행복의 근본이 되고 있으니 관계의 꽃이라 하겠다. 동물적 본성의 일부지만 이처럼 내밀하고 뜨거우며 극단적 쾌락의 관계가 또 어디 있을까. 인간의 육체적 사랑을 ‘관계’로 표현하는 이유는 가장 깊은 관계란 의미가 아닐까. 성과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이 너무 많지만, 남녀가 짝으로 만나 관계를 맺고 자식을 낳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명령한 의무이자 본성이다. 지구의 지배자로 남기 위한 가장 행복한 도구로 남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희망 사항이겠지요.

꿈, 연애, 결혼, 인생, 시간. 이별, 죽음 등 각각의 수많은 삶 이야기가 서로 멀리 떨어진 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삶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결국 ‘관계’로 강하게 수렴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관계 맺기이고죽음을 두려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소멸보다는 관계의 끊어짐 때문이 아닐까.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씨줄과 날줄로 정성스럽게 짜낸 관계의 직물을 죽음이 모두 풀어놓고 흩어져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타자와 맺었던 끈도, 세상과 맺었던 끈도, 자연과 맺었던 끈도. 모든 교감의 끈이 사라지는 안타까움인 것이다. 인간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풍요롭고 자양분 넘치는 상호연결망이 없다면우리는 시들어 죽게 될 것이다.

행복은 돈이 아니라 사람, 즉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은 인간관계에 집중하여 주변에 인적 재산을 쌓아놓는 사람들이다. 결국 관계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삶에서 긍정적이고 행복한 관계 맺기에 매진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비법일 듯한마디로 관계에 살고 관계에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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