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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May 30. 2022

01. ‘유혹(誘惑)’의 의미

삶은 의미다 - 01

유혹(誘惑)’이란 사전적 의미는 상대방을 꾀어서 마음을 현혹하거나 나쁜 곳에 빠지게 하고, 남녀관계에서는 성적인 목적을 갖고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이성(異性)을 꾀는 것을 말한다. 유혹(誘惑)의 한자어 의미는 ‘誘’-말을 수려하게 해, ‘惑’-마음을 혹하게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창세기 에덴동산에서 ‘이브의 유혹’이래 인류 역사는 수많은 유혹의 역사라 볼 수 있고,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감히 유혹의 홍수 속에서 유혹의 시대를 유혹에 견디며 사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전설의 유혹이 유명하다. 오디세우스는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다 강풍을 만나 ‘오기기아’라는 전설의 섬에 표류하게 되는데, 그 섬에 있던 림프 칼립소가 7년 동안 온갖 수단으로 유혹했지만, 고향을 향하는 오디세우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첫 번째 유혹의 말을 한다. “당신은 10년 전쟁을 하고 10년 항해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20년 전의 젊고 예뻤던 당신 아내의 모습은 많이 변했을 겁니다. 여기서 나와 함께 삽시다.” 칼립소는 첫 번째 유혹에 실패하자 오디세우스를 붙잡기 위한 두 번째 유혹한다. 당신에게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을 드리겠습니다.” 영원히 늙지 않은 젊음으로 늙지 않는 아름다운 요정과 함께하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들과 감격의 포옹을 한다. 오디세이에는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하는 지금은 스타벅스의 로고가 된 세이렌도 뿌리친 오디세우스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가히 전설의 유혹이다.

아놀드 뵈클린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의 목숨 건 유혹을 살펴보면 눈물겹다. 조류에서 수컷이 아름다운 깃털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천적의 눈에 잘 띄어 생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러나 그런 약점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을 암컷에게 자랑함으로써 선택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물이 아름다운 깃털이다. 또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 사이의 목숨 건 치열한 싸움은 많은 동물에서 볼 수 있는 행동이다. 이렇게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들이 어려운 일(아름다운 깃털로 살아남기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하기)을 수행함으로써 암컷에게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을 핸디캡의 원리라 하는데 역설적인 면이 있다. 더 위험한 일을 할수록 자신의 강함을 뽐낼 수 있고, 이 사실을 암컷이 더 잘 알아차림으로써 최고의 짝으로 선택받는 목적을 달성한다. 그래서 수컷의 깃털을 더 아름답게 진화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곤충에서 유혹이 실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여왕벌과 교미한 수벌은 죽고, 사마귀와 일부 거미의 암컷은 교미 중이나 후에 수컷을 꽉 붙잡아 잡아먹는다. 암컷은 수컷을 잡아 먹으므로서 영양을 섭취하여 건강한 자손을 얻고, 수컷은 암컷에게 제 몸을 바친 덕분에 교미 시간을 더 오래 끌 수 있고, 그 결과 수정 확률을 높일 수 있어 후손을 남기는 거다. 유혹을 위해 과감하게 제 몸을 바치는 곤충의 살신(殺身유혹은 가히 유혹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만하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꽃의 벌 나비 유혹은 그나마 서로에게 윈윈전략의 신사적 유혹이다. 식물의 꽃은 식물의 성기인 셈이다. 가장 수줍고 은밀해야 할 부분을 세상에 활짝 드러내어 적나라한 유혹의 무기로 사용함으로써 벌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강력한 최음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흥하느냐 망하느냐 기업의 존폐를 건 광고 유혹도 소비자를 향한 강력한 구애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기업은 당연히 망하는 것이니 기업의 목숨 건 유혹이다.

인간의 유혹을 좀 더 살펴보면, 생존 본능의 사랑을 무기로 한 이성 유혹은 종족 보존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고, 사회에서 갖가지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위험한 유혹도 있다. 시기, 질투, 미움, 싸움, 전쟁 또한 상대를 유혹하지 못해 벌어지는 인간의 불협화음이 아닐까? 이것 또한 인간의 흥망을 결정하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구상의 모든 만물이 유혹의 물결 속에서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사방에 유익하고도 위험한 유혹들이 춤추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유혹은 마술과 잠깐의 눈속임으로 우릴 황홀하게 하고, 온 생각을 뺏기기도 하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하지만 유혹이 없는 세상이라면 삶이 삭막하고 재미없게 느낄 것이다. 

이 땅의 어떤 동식물이 가장 위대한 존재의 의미를 무시할 수 있는가? 살아남기보다 더 큰 의미는 없다. 가장 근본적으로 존재하기 위한 종족 보존의 본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유혹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혹의 세상에서 감히 유혹하는 자 승리하여 살아남고유혹하지 못하는 자 쓸쓸히 사라질 뿐이다.’란 말을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지 못하는 꽃이 그렇고, 암컷을 유혹하지 못하는 수컷이 그렇고, 소비자를 유혹하지 못하는 기업이 그렇고, 이성을 유혹하지 못하는 인간이 그렇다. 인간사회를 보면 국민을 유혹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그렇고, 관객을 유혹하지 못하는 연예인이 그렇고, 학생을 유혹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그렇고, 친구와 동료를 유혹하지 못하는 내가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관종(관심종자의 준말)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시각을 활용한 눈에 보이는 유혹이 대부분인 것 같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유혹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후각을 활용한 향기 유혹이다. 그 첫째가 식물의 향기 유혹이다. 수많은 꽃향기는 가루받이를 위한 벌과 나비의 유혹 수단이지만, 사람이 더 많이 유혹당하는 듯하다. 꽃에 코끝을 대고 그윽하게 냄새 맡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어찌 꽃향기가 벌과 나비의 전유물인지? 식물 대부분은 꽃 외에 자체에 독특한 향기도 가지고 있다. 허브 식물이 대표적이다. 이것들 역시 인간이 숲 체험을 통한 치유와 요리로 즐기지 않는가? 

동물도 향기로 상대를 유혹하기는 마찬가지다. 동물의 암컷은 발정기가 되면 특유의 냄새를 풍김으로써 수컷을 유혹하여 짝짓기에 성공한다. 인간은 직접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유혹에 향기를 교묘하게 활용한다. 인간의 향기에 대한 유혹 심리를 활용한 산업이 화장품이다. 향수 외에 거의 모든 화장품에는 향기가 포함되어 있다. 화장품을 살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코에 대고 냄새 맡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인간을 향기를 위해 엄청난 돈을 쓰고, 화장품 업계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다음으로 주로 동물의 세계에서 청각을 활용한 소리 유혹이다. 다른 동물의 소리 유혹은 제외하고, 처절하게 짝을 부르는 한여름의 매미 울음을 들어 보라. 땅속에서 7년을 기다린 그리움의 크기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또 어떤가? ‘음악’이란 이름으로 펼쳐지는 세계를 보면, 역시 유혹의 제왕 자리는 인간에게 줘도 충분하다. 더 이상 언급할 필요 없이.

마지막으로 믿거나 말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딱 두 가지~! 첫째, 이성의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할 것. 둘째, 성적으로 맺어지는 최종단계까지 가능한 한 오래 기다리게 할 것. 즉 ‘한꺼번에 사탕을 몽땅 주지 말고한 번에 하나씩만 줘야 한다.’라는 ‘사탕 이론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성적인 관심을 최대한 자극하데, 헤프게 사랑을 주지 말라는 진리이다. 동의하는가? 혈기 왕성한 젊은 날의 경험상 맞는 말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그럴듯한 말, 정치인의 믿을 수 없는 공약, 기업의 화려한 광고, 손님을 대하는 과잉 친절 등 온통 유혹이 춤추는 세상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유혹의 발밑을 조심하고, 각종 유혹 속에 숨겨진 진실을 볼 수 있는 심미안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는 열정적인 유혹의 손길을 문어발처럼 뻗으며 사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 아닌가쉼 없는 유혹의 손길로 세상의 승리자로 남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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