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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정말 그럴 때가(이어령)

[하루 한 詩 - 230]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 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 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던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좀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벌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


우리가 말하는 인생이나 삶~!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고

혼자 왔다가 혼자 간다.


벽은 통하지 못하는 것이고

무인도는 고립되는 것인데

혼자 가는 삶이 당연할 수도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온 길 돌아보면

혼자라는 생각이 아니라

진정 혼자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삶의 진실


하루도 혼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때

소소하게 브런치에 남길 글이 있어 다행입니다.


글 쓰는 시간만은 온전한 혼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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