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행복(幸福)’의 의미(4. 행복과 인간관계)
삶은 의미다 - 98
행복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외로움이다. 이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의 행복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아주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랑과 우정, 수많은 단위 공동체 없이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최소한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가족과 친구, 공동체 구성원에게 관심을 두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을 가장 심란하고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사람’이라고 답하는 것도, 그만큼 인간관계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최고 비결 아닌가.
행복 연구가 댄 길버트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내가 당신의 행복을 예측하고 싶다면, 단 한 가지만 알면 된다. 나는 당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종교가 무엇인지, 건강과 수입은 어떤지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단지 당신의 사회적 연결망, 즉 당신의 친구와 가족, 그리고 그들과 연결 강도가 어떤지만 알면 된다.”라는 말과 함께, 사회적 관계가 행복의 필수 요소라고 했다. 그는 행복의 원인에 대한 모든 내용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인간관계’라는 말이다. 주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알면 그 사람이 행복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은 돈, 명예, 권력이 아니라 사람, 즉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은 인간관계에 집중하여 주변에 인적 재산을 많이 쌓아놓는 사람들이다. 삶에서 긍정적이고 행복한 관계 맺기에 매진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비법 중 하나라는 뜻. 한마디로 관계에 살고 관계에 죽고~!
행복의 원인도, 불행의 원인도,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도, 모두 인간관계에서 시작되고 인간관계에서 끝난다. 프로이트도 우리를 위협하는 고통이 오는 세 방향 중 하나가 ‘관계’라고 했다. 불행과 모든 고민의 원인이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고 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끊으면 불행과 고민은 해소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의 기쁨과 행복 또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모든 고민과 불행이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모든 기쁨과 행복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함께 숨어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 아들러가 말하는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이루어야 할 인생 과제 세 가지가 일의 과제, 친구의 과제, 사랑의 과제라 했다. 이 과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도 친구도 사랑도 모두 인간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인생 과제 세 가지를 잘 해결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풀면서 살아간다는 말과 같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너무 잘하려는 데서 오는 갈등을 줄이고, 적당한 거리두기와 가벼운 관계 맺기의 시작이 행복한 삶의 시작일 수 있다. 내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다. 어떻게 모든 사람의 마음을 맞춰주고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타인을 통해 자신의 실체를 찾으려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타인의 어깨에 기대어 키를 재고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다. 당연히 삶의 기둥은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연인이나 가족도 다 내가 아니고 남이다. 아무리 살을 섞는 부부나 제 살 같은 혈육이라도 지나치게 의존하면 부담스럽고 귀찮은 관계로 변할 수 있다. 각자의 영역은 분리되어 있어야 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간다. 관계가 틀어져도 기울거나 휘청대지 않도록 서로 기대지 않고 사람을 대해야 즐겁고 편안한 법이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의존은 결국 커다란 실망감을 안긴다. 서로 상처 주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항상 스스로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 건강한 행복이 찾아온다.
우리는 자주 “우리 남편(아내)은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라고 말하며 배우자의 변하지 않음과 고지식함을 탓하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라는 비난의 말까지 더하며. 그런데 사람은 원래 잘 안 변한다. 그런데도 가장 가까운 배우자라는 이유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사람을 내 뜻대로 만들겠다고 고집 피우는 것이다. 타인은 내 마음대로 만들어 행복하겠다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다. 내가 바뀌기가 쉬운가? 타인이 바뀌기가 쉬운가? 바뀌기가 쉬운 자신은 그대로 있으면서 바뀌기 불가능한 타인을 바꾸려고 하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큰 것인가. 아무리 긴 세월을 살아도 설천하기 어려운 너무 쉬운 진리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운 도덕을 못 지키듯이 너무 쉬워서 실천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요즘 이혼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선택하기 때문이란다. 반대로 자신이 사랑해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만났다면 절대 헤어질 일이 없을 텐데.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서 결혼하게 되면 늘 부족하고 불만이 쌓이게 되어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자신을 희생해서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결혼의 정석이다. 조금이라도 덕을 봐야겠다는 정석을 지키지 못한 결혼이 행복은커녕 유지되기 힘든 이유다.
행복한 개인의 공통점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행복해지는 가장 확실한 비법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란다. 행복해지는 방법에 거창한 비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자연스럽고 어처구니없는 결과 아닌가. 이 연구에 의하면 10대를 제외하고 나이 들수록 행복감이 높아진단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결과다. 왜 나이가 들면 우리의 예상과 달리 행복감이 올라갈까? 나이 들수록 노후에 대한 불안감, 건강의 취약성,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불행의 특성들이 증가한다. 하지만 반대로 행복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 점차 죽음을 인식하면서 삶의 목표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배움, 즉 지식 욕구가 강한 데 반해, 나이 들면 정서적 마음 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한다. 노인들이 손자에게 ‘공부, 그것 별거 아니야. 쉬엄쉬엄 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이유다. 인간관계에서도 젊은이들은 중요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 모두에 목을 매지만, 나이 들면 싫은 사람과는 관계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너는 너대로 살아, 나는 나대로 살면 되니’ 하면서, 사람의 수에 연연하지 않고 몇몇 가까운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행복한 삶의 중요한 조건인 내적 자원, 즉, 인생을 이해하는 힘이 증가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정신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인간관계 맺기에서 사람의 수보다 관계의 깊이에 집중하기 때문에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역시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건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은 ‘상대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것’, ‘상대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것, 상대가 내 기대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 등이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이며, ‘상대가 해줄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은 절대 행복하지 못하며 심하면 병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신경증적이 바람이다. 상대가 해줄 만한 것을 요구해봐라. 상대도 기꺼이 해주면서 행복해하고 나도 행복할 테니. 요구를 안 하고 나만 해주면 더욱 좋고~ㅎ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우며 험난한 길이다.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환승 열차다. 좋은 사람과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행복할 때는 같이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울 때는 같이 나누는 것이 삶의 진정한 행복이다. 남은 길은 좋은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손잡고 가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