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행복으로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각자 삶의 목적과 방향, 방식이 다르고 행복의 기준도 다르기에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행복의 비결 같은 것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많은 철학자나 현인, 성인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내용은 그리 심오한 것도 아니고 평범하다. 평범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딜레마다. 하긴 쉽게 실천할 수 있다면 불행한 사람이 없을 테니~.
그 첫 번째 화두가 ‘지금’, ‘여기’이다. 인생은 지금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더 나은 삶의 등급을 올리려는 것은 뜬구름을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인간의 삶에 등급을 나눌 수 있겠는가. 인위적으로 매겨놓은 삶의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삶이 내 최고 등급의 삶이다. 우리 삶의 행복도 숫자의 높고 낮음이나 등급에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유보하거나 적금을 들 수 없다는 것을 다 알면서, 우리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기꺼이 희생한다. 행복은 세상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맡겨놓을 수 없으며 나중에 찾아 쓸 수 없다. 내일 할 일은 내일 하면 되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즐기면 된다. ‘과거는 수정하지 못하고, 미래는 통제할 수 없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의 의지대로 이유를 달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 오늘의 행복이다. 무슨 의미가 그리 많겠는가. 고민하지 말고 지금 행복한 길로 한 발짝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죽는 줄 모르고 경쟁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지 잘 살피면서 가는 것도 중요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라는 말이 있다. 이름을 남기기 위한 삶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수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절대 훌륭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행복한 삶은 죽음 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름이 남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서 보내고 있는 삶의 모습이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 기억될만한 삶의 모습이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잊기 어려운 삶의 무엇인가를 남기면 이름은 저절로 남는다.
두 번째 화두는 ‘마음’이다. 인간의 행복은 객관적 조건보다는 우리 자신의 기대에 더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기대는 조건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조건도 포함된다. 상황이 좋아지면 기대도 높아지며, 그 결과 여건이 극적으로 좋아진 후에도 이전처럼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행복이 지속 가능하지 못한 이유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쾌락보다는 고통과 불행을 제거하는 소극적 행복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고통이 쾌락보다 훨씬 많아서, 행복을 위해서는 고통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고 쾌락을 얻는 일은 그다음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우선적인 행복의 비결은 불행하지 않은 것이다. 행복은 한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므로 늘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행복해지기보다 소극적으로 불행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인생사 일체유심조 (人生事 一切唯心造)란 말도 있지 않은가. 행복도 전적으로 마음에 달려 있다. 세상을 예쁘고 아름답게 보고,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좋아하면 행복하다. 꽃을 보고 예뻐하면 내가 좋은가? 꽃이 좋은가? 상대를 사랑하면 내가 좋은가? 상대가 좋은가? 답은 간단하다. 꽃과 상대는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니 내가 행복한 것이다. 불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을 바로 보는 것이 행복의 더 중요한 조건이다. 마음 바로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세 번째 화두는 ‘일’이다. 행복은 의무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고,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 즉 직장업무, 가사노동 등은 매일 해야 하는 일이지만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즐겁게 참여하는 봉사활동, 여가 취미활동 등에서 행복을 느낀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내가 스스로 하는 일에 더 큰 행복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무슨 직업이든 좋아서 그 일을 하면 그 사람이 바로 프로다. 진정한 프로가 되는 것이 삶의 행복과 인생의 성공을 절반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일을 놀이처럼 하는 것이다. 일보다 놀이가 즐겁고 행복한 건 당연하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더욱 드물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어쩔 수 없는 삶의 부조화이다. 재능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겠지만, 재능이 부족해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일이나 직업에서 행복한 삶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것이 품위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본이 된다.
네 번째는 행복의 전제조건은 ‘변화’이다. 무엇이든 늘 똑같다면 설렘과 자극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삶의 변화에서 특별한 자극과 설렘을 느끼기 때문이다. 삶을 비롯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그 변하는 모든 것이 행복의 근원일 테니. 결혼이라는 사건으로 발생하는 변화에는 한없이 행복해하다가 밋밋한 결혼생활에 금세 권태를 느끼는 것, 갖고 싶은 물건을 사면서 행복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 부가 더해지면서 행복하다가 언젠가 부자가 되어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 익숙해지면 행복은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안정되고 변화가 없는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안정과 동시에 변화로 인한 설렘과 흥분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정과 흥분을 동시에 원하는 삶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안정과 행복을 동시에 원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시기를.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것으로 ‘여행’을 꼽는다. 여행은 색다른 경험을 사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변화’의 총집합체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경험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의 종합선물 세트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은 어느 지점에 갔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가. 얼마나 많은 자극과 설렘의 순간이 존재했는가. 얼마나 많은 색다른 경험을 했는가가 여행의 질을 결정한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있어야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행복하다. 과정의 변화와 색다름을 마음껏 즐기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여행이 달콤한 행복을 주는 이유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 그리고 습관처럼 하는 일상생활이 행복하다고 착각한다. 그 생활이 자신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이나 창조적인 일을 위한 첫걸음은 익숙하고 편한 과거의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 용기가 바로 성공과 성취를 통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인간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에 감사하지 못한다. 오히려 불만족하며 늘 먼 곳으로 떠나려 한다. 권력과 명예 그리고 돈이 삶의 우선이 될 때 거기에는 경쟁과 질시 그리고 그것을 풀기 위한 극단적 쾌락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행복의 비결은 포기할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고, 불행의 첩경은 비교하는 일이라 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을 것은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것과 비울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행복도 저절로 오고 머무는 것이 아니다.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순간마다 행복한 길을 선택하는 연습으로 행복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선택해야 즐겁다.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면서 즐거운 것, 이것이 행복의 기본이다.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살을 빼주는 마법의 약을 원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그런 약은 없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더 하면 살은 빠진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을 가져오는 것들은 뻔하고 사소하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마음의 다이어트를 매일 꾸준히 하면 행복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심히 찾는다고 찾아질 것도, 쉬워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행복의 길이다.
노래 가사에도 있지 않은가? 장막을 걷고 눈을 뜨는 것으로, 창문을 열고 산들바람을 느껴보는 것으로, 풀밭을 걸으며 새들의 노랫소리 듣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에 나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거창하고 큰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니 불행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오늘도 행복에 눈을 뜨고, 산들바람을 느끼며 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행복의 나라로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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