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인류의 오랜 화두가 되어 수많은 행복론이 나왔지만, 행복의 비결이나 비책은 아직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행복으로 가는 길의 구체적인 조건과 방법들은 무엇이 있는가?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세속적인 행복과 성공의 조건은 부와 명예 권력과 같은 물질적 가치들의 실현 정도에 따라 가늠된다고 믿는다. 물질적 가치를 획득하면 행복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진다고 생각하여 물질적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복의 4대 보험을 좋은 인간관계, 자율성, 의미와 목적, 재미있는 일이라 한다. 탈레스도 가장 행복한 사람은 몸이 건강한 사람, 정신이 지혜로운 사람, 성품이 순수한 사람이라 했다. 여기에 돈, 지위, 명예 등과 같은 물질적 기준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행복이 마음 안의 정신적 느낌이니 마음 밖의 물질은 진정한 행복의 조건에서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다.
행복, 사랑, 아름다움 등과 같이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들은 내 손에 없을 때는 찬란하게 빛나고 크게 보여 간절하게 원하지만, 실제 손에 넣게 되면 그 빛은 사라지고 크기는 작아지게 마련이다. 결혼생활 전후의 사랑과 행복이 그렇고, 명품은 살 때가 가장 행복한 이유다. 행복은 희망으로 기다림이 있을 때 부푼 마음이다. 행복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희망이 가득할 때 온다. 고통과 아픔이 있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기대가 있어 행복하다. 기다리는 것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기다림과 그리움이 남아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오지 못할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며 행복에 젖는 것이나 소풍 가기 전날 밤에 잠들지 못하는 행복이 그렇다.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하면 만나기 전부터 기다리는 수고를 함께하며 마음이 먼저 만나서 행복해지지 않는가. 영영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면,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큰 행복이다. 그리워서 못 살겠다 하지만, 사실은 그리움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돈과 권력, 명예 등의 물질적 욕망이 개인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실제 행복하게 느끼는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에 물질보다 정신적인 평화와 여유가 더 중요하다. 진정한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바르게 생각해야 한다. 행복을 위한 바른 생각은 첫째, 헛된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욕망이 눈을 가리면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 세상을 연민과 자애의 눈으로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편견 없이 귀 기울이는 성찰을 해야 한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도의 성자 라마크리슈나의 말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나는 행복한 것이다.
사실 행복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것. 마음을 열고 눈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이 행복하다. 한 송이 꽃과 바람 소리, 물소리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이웃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하며 내 가슴에 아픔을 느끼는 사람, 사람들과 만나 웃고 이야기하며 사랑과 우정을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아무리 큰 부와 명에, 권력이 있다고 해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느낌이 없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 삶의 행복도 숫자의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하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에 있다. 더불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인 사생활의 안전하고도 확실한 보장이 행복에 중요한 조건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똑같은 돈으로 구매행위를 할 때,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을 사는 것이 더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체험형 소비가 소유형 소비보다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는 말이다. 체험형 소비란 내가 가진 돈으로 특정한 경험을 구매하는 행위다. 그런데 경험을 산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사는 것일까? 바로 ‘시간’을 사는 것이다.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시간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할 수 있다. 여행의 시간, 아이를 키우는 시간,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 등은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것들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무한한 행복과 보람, 감동을 선물 받는다.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한 것이기에 화폐와의 교환 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화폐로 교환되는 시간보다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시간에서 삶의 의미, 보람, 감동, 행복을 얻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돈은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다. 돈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은 꼭 그 돈으로 소유물을 사지 말고 경험과 시간과 가치와 이야깃거리를 살 때이다. 여행과 체험을 통한 경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일과 방법, 몸 고생보다 가치 있는 일, 관계를 통한 이야깃거리가 돈을 써서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여행을 하면 왜 행복해지는가? 여행은 그 속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경험, 관계, 이야깃거리 등이 모두 들어있는 종합선물 세트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것은 행복과 나란히 걷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들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행복 공식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뺄셈 공식으로 『① 행복 = 이룬 것 – 바란 것』, 다른 하나는 나눗셈 공식으로 『② 행복 = 현실/욕망』이다. 모양은 다르지만, 그 안에 포함된 의미는 거의 같다. 뺄셈에서 답을 크게 하려면 빼는 수를 작게 해야 하고, 나눗셈에서 몫을 크게 하려면 분모를 작게 하면 된다. ‘행복’의 답이 크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바란 것’과 ‘욕망’을 작게 하면 된다. 현실과 이룬 것을 크게 하면 되지만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헛된 욕망을 버리는 것이 행복의 최고 비결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다. 불행의 첩경은 비교하는 것이고, 행복의 비결은 포기할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란 말도 있다. 욕심, 욕망을 버릴 수 있는가.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풀기 어려운 화두인 것만은 틀림없다.
프로이트는 삶의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쾌락 원칙’이라 말하며,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는 사실만큼 분명한 것도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고통과 불쾌감이 없는 상태에 도달하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렬한 쾌감을 경험하려고 애쓴다. 전자는 넓은 의미의 행복이고, 후자는 좁은 의미의 행복이다. 우리가 살면서 큰 행복을 누리는 것보다 평소에 불행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 행복은 한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므로 무한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현실 속에서 늘 행복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적극적 쾌락보다 고통과 불행을 제거하는 소극적 행복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불행하지 않은 삶은 소극적 행복의 비결인 셈이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첫째,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물질적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기는 돈, 지위, 명예 등은 내가 아무리 많고 높이 올라가도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엄청 많을 수밖에 없다. 절대 꼭대기로 갈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영원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친구, 사랑하는 사람, 가족 등 세상에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다른 모든 것들도 영원하지 않다. 영원할 것이라 여기고 영원하지 못하니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영원히 좋은 사람이 없듯이 나도 영원히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없다.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셋째, 완벽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행복도 없고, 완벽한 사랑도 없다. 모두 사람이 사는 일이라 어설프고 부족함이 있게 마련이다. 그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하여지려면 하루에 가장 많을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기분이 좋고 즐거워야 한다. 돈으로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해야 행복하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분명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거나 재물을 탐하게 되면 불행을 불러온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거 많이 사 먹고, 즐겁게 대화하는 구체적이고 감각적 경험을 할 때 행복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근사해 보이려고 아등바등 경쟁하면서 살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 한다. 행복은 유보되고 저축할 수 없다.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할 수 있으면 미래의 행복까지 모두 끌어와 쓸 형편이다.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행복이 올 것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행복하다고 증명하며 사는 것이 가장 불행하게 사는 법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볼 일이다.
한마디로 부족하다 원망하지 않고 더 가지려 욕심부리지 않는 것. 최고의 행복 공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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